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에서 14세 소년이 대마초 살 돈을 주지 않는다며 흉기를 휘둘러 친할아버지를 다치게 하고 자신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26일 타이PBS 방송 등 태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북동부 농부아람푸주 쿳칫 지역에서 잠자던 노인이 손자에게 흉기로 공격을 당했다며 이웃에게 도움을 청했다. 머리와 얼굴 등 전신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26일 새벽 집 뒷마당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의 손자를 발견했다.
현지 언론은 손자가 범행 당일 할아버지에게 “대마초 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 당했다고 보도했다. 타향에서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 손에서 자란 소년은 평소 대마초를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소년의 방에서 말린 대마초와 대마초 흡입에 사용한 도구를 발견했다.
2018년 아시아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은 지난해 6월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에서 재배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후 어린이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항략용 대마 소비가 늘어나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태국 총선에서 승리한 전진당(MFP)은 대마 합법화 폐지를 목표로 연립정부 구성에 동의한 다른 8개 정당과 맺은 양해각서(MOU)에서 대마를 마약으로 재지정하고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