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채널A ‘제36회 동아모닝포럼’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제36회 동아모닝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제36회 동아모닝포럼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의무화, 가입자들의 선택은’이란 주제로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이날 포럼은 다음 달 12일부터 디폴트옵션 시행이 의무화되는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참석해 퇴직연금의 모델별 수익률을 비교하고, 세대별 운용 전략을 소개하는 등 가입자들의 다양한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든 가입자가 해당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따로 지시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방식대로 사업자(운용사)가 대신 운용해주는 제도다. 2021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지난해 주요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전면 시행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의무화, 가입자들의 선택은’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손재형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과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기택 KB국민은행 연금사업부장,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원섭 한국연금학회장, 김재현 상명대 교수,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사진 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포럼의 발표를 맡은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설정 및 활용 전략’을 주제로 “한국은 인구가 감소하며 연금자산 운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금자산 운용은 자산 가치 증식이 아닌 장기적 가치 유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디폴트옵션 전략은 위험 분산을 위해 글로벌 장기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키워드”라고 말했다.
5월 31일 공시된 디폴트옵션 1분기(시범운용기간) 운용성과를 살펴보면 279개 적격상품 가운데 총 135개 상품이 판매돼 운용 중이다. 총가입자는 25만 명을 넘어섰으며, 적립금은 3013억 원에 이른다. 다만 전체 가입자의 88%는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한 상황이다. 남 연구위원은 “국내 디폴트옵션이 사전 지정 방식으로 제도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디폴트옵션이 기업 또는 퇴직연금사업자 간의 경쟁 수단으로 작용하도록 시장의 경쟁 구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전문가들이 디폴트옵션의 성공적인 정착과 가입자들의 선택 방향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손실 면책규정, 수탁자 책임보험 등 디폴트옵션 도입과 관련해 보완점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선진국 수준의 투자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한국 자본시장 구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전망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원리금보장형 중심으로 적립금이 운용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며 “퇴직연금 사업자는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의 취지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기택 KB국민은행 연금사업부장은 “디폴트옵션은 수익률 관리가 가능한 자문형 펀드의 편입을 활성화하고, 수익률 개선을 위해 실적 배당 상품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령자를 위한 차별화된 디폴트옵션 상품 개발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원섭 한국연금학회장(고려대 교수)은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확대해 기대 수익률을 제고하려면 정책 당국과 사업자들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시장이 디폴트옵션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정확히 평가하고,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필요한 요소가 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