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세번째 집권 성공한후 사법부 권한 축소 ‘방탄 입법’ 나서… 바이든 “민주주의 부합 안해” 비판 이스라엘측 “다른 외교 선택지 있다” 백악관 자극 의도 숨기지 않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시도, 유대인 정착촌 건설 등을 두고 전통 우방인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 중이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말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40년 넘게 인연을 맺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지 않자 보란 듯 중국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 3월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배후에서 중재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또한 14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처럼 중국이 주로 반(反)이스라엘 전선에 있는 중동 국가로 영향력을 대폭 확대해 온 상황에서 네타냐후의 방중까지 성사된다면 중동에서의 미중 패권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네타냐후, 美 자극해 태도 변화 촉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 측은 방중의 주요 목적이 중국과 패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자극해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려는 데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지 언론에 “미국 외 다른 외교 선택지가 있음을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이스라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역대 미 행정부는 신임 이스라엘 총리가 취임하면 곧바로 초청 의사를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1996∼1999년 첫 집권, 2009∼2021년 두 번째 집권 때는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백악관을 찾았다. 세 번째 집권 후에는 초청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혔음에도 이를 이루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3월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초청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자 “단기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40년 우정 금 가
조 바이든 대통령
올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주권국”이라고 발끈했다. 다만 국내에서 연일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는 40년 친구”라며 한발 물러섰다.
네타냐후 정권이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것 또한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다. 최근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 공존하는 미국의 ‘두 국가 해법’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25일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대에 대한 연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