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 반란 후폭풍] 무장 반란 배후로 미 정보기관 시사 “美, 타국 정권 교체 열렬하게 지지” 백악관 “러 체제 전복, 美 정책 아냐”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에 서방 첩보기관이 연루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26일(현지 시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사진)은 이날 러시아 국영 RT 방송 인터뷰에서 ‘서방이 이번 사태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불법 행위 증거를 수집하는 기관이 있고 그들이 이런 부분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확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언제든 (타국의) 정권 교체를 열렬하게 지지한다”며 “패권국(미국)의 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가 들어서 있는 곳에서는 각종 불법 세력들이 해당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 활동을 벌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국민이 퇴진시킨 ‘유로마이단’ 반정부 시위 당시 미국이 이를 지지한 것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무장 반란은) 러시아 체제 내 분쟁의 일부”라고 직접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란) 상황이 발생하자 국가안보팀에 이를 면밀히 감시하고 시간대별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며 “또 주요 동맹국을 소집해 우리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들에게 “미국이 무장 반란에 개입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신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린 이번 사태 여파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사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히 결론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모든 궁극적인 결과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에 미국이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주말 내내 러시아와 좋은 소통이 이어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체제 전복은 미국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