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 내달부터 내리기로 라면값 인하는 13년만에 처음 빵-과자로도 가격 인하 확산될듯 아이스크림-커피 등 최대 25% 올라… 소비자 물가 부담 한동안 계속될듯
정부가 라면값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농심과 삼양식품이 다음 달 1일부터 라면 가격을 5% 가까이 내리기로 했다. 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으로, 다른 라면업계나 제과업계로도 가격 인하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식품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올라 소비자 물가 부담은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라면업계, 정부 압박에 ‘백기투항’
농심은 다음 달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5.9% 내린다고 27일 밝혔다. 농심이 신라면 가격을 인하한 것은 2010년 안성탕면, 신라면 등의 가격을 2.7∼7.1% 내린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새우깡 가격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식품도 이날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 가격을 다음 달 1일부터 평균 4.7% 순차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삼양라면 5개들이 판매가는 대형마트 기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내린다. 오뚜기는 다음 달 진라면 등의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팔도도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국제 밀 가격이 하락한 만큼 라면 가격도 조정해야 한다”고 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21일 “밀 가격은 내렸는데 제품 값이 높은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을 좀 더 열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라면업계는 밀 가격이 내렸어도 제분업계가 밀가루값을 안 내려 라면값을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이었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26일 제분업체들을 소집해 밀가루값 인하를 요청한 뒤 일부 제분업체가 가격을 내리겠다고 하자 백기투항했다.
● 빵·과자도 “인하 검토”… 식품 물가 인상은 지속
SPC그룹 등 원재료에서 밀가루 비중이 높은 제빵업계와 제과업계도 가격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설탕 등 원부자재 가격은 안 떨어졌지만 향후 가격이 안정화되면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10년 농심, 삼양식품 등이 밀가루 가격 인하로 라면 가격을 내렸을 당시 롯데제과, 크라운해태, 파라바게뜨 등도 일부 품목 가격을 최대 10% 낮췄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라면값 인하는 상징적 효과는 있겠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만큼 눈에 띄게 물가를 낮추진 못할 것”이라며 “원가 절감 요인을 추가로 찾아 소비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가격 인상에 일일이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려운 만큼 소비자단체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