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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4번 명품값 올려도 줄서서 사는 ‘호구’ 시장 한국

입력 | 2023-06-28 10:09:00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롤렉스 매장의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2022.1.10/뉴스1 ⓒ News1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았다가 에르메스 등 명품관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A씨는 “명품 수요가 줄었다고 하는데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며 “아직도 매장 오픈 전에 줄 서서 대기하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매물이 없어서 사지 못하는 ‘품귀현상’이 여전하다는 글이 속출하고 있다. 한 명품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이 취소됐다”는 글이 잇따랐다.

공홈에서 물건이 풀리면 1초 만에 완판되는 것은 물론 재고 부족으로 시스템상 구매자들의 주문이 무더기로 취소되고는 한다.

명품업계는 1년에 수차례씩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여전하다.

명품 삼대장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올해 이미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특히 샤넬은 2월에 이어 5월, 올 들어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3월 가격 인상 이후 약 3개월 만인 이달부터 지갑, 신발 등 액세서리 가격을 평균 15% 인상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는 다음달 10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6~7%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2월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명품 주얼리·워치 브랜드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세계 3대 보석 브랜드 티파니는 이달 평균 6%가량 가격을 올렸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반 클리프 앤 아펠은 지난달 제품 가격을 5~10% 올렸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다미아니 역시 이달 말 가격 인상에 나선다.

스위스 시계 기업 스와치 그룹은 산하 브랜드 제품 전 기종에 대해 7월부타 가격을 올린다.

예물 시계로 손꼽히는 브랜드 오메가는 올해만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셈이다. 오메가는 2월에도 시계 가격을 7% 상향했다.

스와치그룹의 또 다른 브랜드 라도, 미도, 해밀턴, 티쏘 등의 전 제품 가격도 평균 5% 인상된다.

롤렉스는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8% 올렸다.

명품업계의 무자비한 가격 인상에도 구매가 늘면서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해마다 팽창하고 있다.

에루샤는 지난해 한국에서 4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루이비통과 샤넬은 단독으로 1조원 매출을 넘겼다. 크리스찬 디올도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오른 9000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명품 가격이 갈수록 오르는 반면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꺾이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를 들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가격이 올라가면 아무나 못 사기 때문에 그야말로 ‘찐’ 명품이 되는 것”이라며 “너도 나도 다 들고 다니는 가방이 아니라 찐부자와 아닌 자를 구별하는 수단으로 ‘차별화 효과’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명품업계가 빈번하게 가격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일년에 한 두번, 정기적으로 예측가능할 수 있게 해야지 네 번씩 나서는 것은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엔데믹 전환 이후 명품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수입이 무궁무진한 게 아니라 한정돼 있다”며 “코로나 기간 동안 보복소비 현상이 해외 여행과 같은 풍부하고 재미있는 요소로 전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명품업계의 한국 사회에 대한 공헌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샤넬코리아는 10억원, 에르메스코리아는 5억여원을 기부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기부금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0원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