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구시 중구 경북사대부중 3학년 학생들이 노트북을 활용해 2차 함수를 배우고 있다. IB 월드스쿨인 경북사대부중의 IB 수업 공개행사에는 전국에서 160여 명의 교육장, 장학사, 교장, 교사 등이 참가했다. 견학자들은 문제 풀이가 아닌 개념 이해에 중점을 둔 수학 수업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봤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종승 기자
한국사회 교육두고 소모적 논쟁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교육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그 외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며 수능 방향을 제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통령이 ‘쉬운 수능’을 언급한 게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대통령실은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뜻이었다”며 “장관이 잘못 전달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 교육부 대입 담당국장이 경질됐고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물러났다. 현재도 진행 중인 수능을 둘러싼 논란은 수능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위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교육을 두고 언제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럼에도 수능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항이 교육 문제의 전부로 여겨져 왔다.
HTHT 한국교육 나아갈 방향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8일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학생 데이터 기반의 맞춤 학습 콘텐츠 제공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되며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배경을 “AI 등 첨단 기술을 통해 학생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 교육 실현에 있다”고 설명했다.15일 대구시 남구 덕인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공정이 주제인 수업을 하고 있다. 이날 수업에선 여러 교과의 경계를 뛰어넘는 ‘초학문적’ 접근이 시도됐는데 초등학생임에도 학생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공정에 맞는지를 두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이 가정생활 속 불공정 사례가 적힌 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주호 장관은 HTHT(High Tech, High Touch)가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하이테크와 관련돼 있지만, 집어넣는 게 아니라 꺼내는 교육이 핵심인 하이터치와 동반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이테크만 강조되면 진학 위주 교육이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 시도 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도입에 나서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을 강조하는 IB 프로그램이 꺼내는 교육과 관련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B, 소통중시… 학폭과 거리멀어
#15일 IB 월드스쿨인 대구시 중구 경북사대부속중학교와 남구의 덕인초등학교에는 IB 수업 공개행사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온 160여 명의 교사가 몰렸다. IB 월드스쿨은 IB를 운영하는 IBO가 인증한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최고 수준의 학교다. 오정훈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비롯한 소속 교장, 교감, 장학사, 교사 26명도 두 학교의 공개 수업을 참관했다.이빛나 난우중 교사는 공정이 주제인 6학년 수업을 보고 “공정을 핵심 개념으로 여러 교과가 어울려 초학문적 수업이 이뤄지는 것과 계단, 복도, 창문 등 교실 밖도 배움을 위해 활용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은 채 수업을 참관한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은 경북사대부중 3학년 학생들이 노트북을 활용해 2차 함수를 배우면서 학생들끼리 개념 이해를 돕는 걸 보고 “친구와 소통하고 배려하는 IB의 특징이 나타난 예”라고 했다.
소통과 배려는 폭력과 거리가 멀다. IB 학교가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느라 학폭 같은 ‘곁가지’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이유는 ‘IB 전도사’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의 “IB는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타인의 생각을 경청할 수밖에 없다”라는 설명에 들어 있다. 경북사대부중 역시 올해 한 번도 학폭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순위를 매겨야 하는 경쟁교육의 개선과 대안 제시 없이는 앞으로도 수능 발 사회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교육개혁을 위해 비판만 하기보다 대안을 찾고 무엇을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