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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자를 한눈에… ” 인천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들어선다

입력 | 2023-06-29 03:00:00

프랑스-중국 이어 세계서 세번째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오늘 개관식
세계 문자의 속성-체험 기회 제공
내달 9일까지 개관 기념 문화행사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건립돼 29일 개관한다. 박물관에 설치된 김승영 작가의 ‘바벨탑’ 작품.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인천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국립 문화시설인 세계문자박물관이 29일 문을 연다. 프랑스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문자 전문 박물관으로 인천시가 2015년 전국 9개 시도와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했다. 28일 시에 따르면 정부가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1만9418㎡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1만5000㎡)로 세계문자박물관을 건립했다. 2019년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9월 준공했으나 유물 전시 기간 등을 거쳐 이날 개관식을 여는 것이다.

박물관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자를 보여주고 체험과 연구, 학술 교류 활동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미술과 건축, 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세계 문자의 속성과 체계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주제로 상설전시실이 들어섰다. 세계 주요 문명권에서 생성되고 사용된 문자들을 전시한다. 특히 이 전시실에는 인천 출신으로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창안해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1888∼1963)의 점자 유물도 전시된다. 강화군 교동면에서 태어나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인천 영화학교 교장을 지낸 송암은 시각장애인 교육에 매진하다 1926년 훈맹정음을 발표했다. 그 뒤 점자 보급을 위해 점자책을 발간하는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에 평생을 바쳤다.

1층에는 ‘문자의 미래’를 주제로 꾸민 기획전시실과 문자 생성의 원리를 체험 공간으로 연출한 어린이체험실 등이 설치됐다. 2층은 관람객을 위한 카페테리아 등으로 꾸몄다. 야외전시장에서는 산책을 하며 각종 문자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문자 유물 244건(543점)을 보유한 이 박물관에는 한자와 비슷한 그림문자에서 파생된 쐐기문자로 고대 신화를 기록한 ‘원형 배 점토판’이 전시된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400∼1468)가 발명한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도 볼 수 있다.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구약성서와 라틴어로 작성된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박물지’도 전시된다. 이 밖에 이집트와 라틴문자, 일본의 점자엽서, 중국의 병서, 만주어 한자사전, 꾸란, 탁본 등과 같은 다양한 희귀본도 볼 수 있다.

시는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다음 달 9일까지 박물관 앞 잔디광장에서 문화행사를 연다. 행사에서는 세계 각국의 문자로 구성된 7m 높이의 대형 텍스트 큐브와 텍스트 에그 등 문자를 활용한 전시물을 설치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야간경관과 함께 추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또 문자 스탬프를 활용한 강화 소창 만들기, 다양한 문자로 구성된 문자 팔찌 만들기 등을 통해 세계 문자를 체험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문자는 인간만이 사용할 수 있는 소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인류 문명의 역사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유일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인천에 유치한 만큼 국내외 방문객들이 자주 찾는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