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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학 학과-학부 칸막이 폐지”… 이런 규제 아직 있었나

입력 | 2023-06-28 23:57:00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6.19/뉴스1


교육부는 어제 대학 규제개혁협의회를 개최해 대학의 학과나 학부 간 칸막이를 허물고 다양한 융합학과를 신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이 확대돼 융·복합 학과나 신설학과로 전공을 바꿀 수 있게 된다. 대학은 기업과의 협동 수업이나 산업체의 요구에 따른 석·박사 과정 운영도 가능하다.

교육부의 이번 개정안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아날로그식 행정에 발목 잡힌 대학의 초라한 민낯을 새삼 드러내 보인다. 요즘은 세상이 빨리 변해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몇 년 가지 않아 쓸모없는 것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전공 간 융·복합 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20세기 전통적 학문 분류체계에 가로막혀 수요가 생긴 학과 신설도, 수요가 줄어든 학과 구조조정도 못 하고 있다. 주요 대학의 경우 학과 수가 미국 주요 대학보다 수십 개 많은 잡화점식 구조다. 그 결과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며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과나 학부 간 칸막이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처음도 아니다. 수년 전부터 관련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매번 흐지부지되곤 했다. 전공과 학과 이기주의에 매몰된 교수들의 저항이 거세고, 정부도 이를 핑계로 규제 권한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요즘은 미국 명문 대학의 강의 동영상을 집에서 무료로 보는 시대다. 현실에 안주했다가는 ‘동네 대학’으로서 생존도 보장받기 힘들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전공을 자유롭게 신설하고 학생들도 입학 당시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관심 있는 과목을 두루 배우며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을 산하기관 다루듯 하는 나머지 규제도 전면 폐지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까지 사립대학 규제가 12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숨 막히는 중첩 규제가 대학을 획일화하고 혁신 역량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미래 국가의 경쟁력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그치지 말고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는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 전환해 대학들이 구시대 유물이 아닌 혁신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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