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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화장품… 종이로 만든 침대… “우리 제품으로 착한 소비를”

입력 | 2023-06-29 03:00:00

‘가치소비’ 이끄는 스타트업
화장품 용기로 생분해성 필름 사용
재활용률 95% 달하는 종이 가구
폐원단 추출 원사로 만든 의류 등 폐기 자원 절감해 탄소 배출 줄여




최근 유통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는 ‘가치소비’다. 브랜드나 광고에 휘둘리지 않고 소비자 개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물건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 방식을 뜻한다. 윤리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착한 소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그린슈머’ 등이 포함된다. 기업과 정부기관, 시민들의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가 꼽은 가치 소비를 이끄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 폐플라스틱 배출 없는 화장품

가치소비가 떠오르면서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더블유비오는 화장품 용기에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더블유비오 제공

“아토피로 고생하는 작은딸을 보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27일 이준배 이더블유비오(EWBO) 대표는 친환경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선소에 일할 때 참여한 환경정화 봉사활동에서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2021년 3월 설립한 EWBO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고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화장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매년 1500억 개가 판매되는 화장품 중 플라스틱 용기는 약 660억 개에 달한다.

EWBO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제품 용기에 유리나 스테인리스 등의 재질의 용기에 화장품을 담고 있다. 대표 제품인 분말형 핸드워시는 겉면은 종이, 내부는 생분해 필름인 이중 구조로 구성된다. 생분해 필름은 90% 이상 분해되며 분해 시 소량의 물과 이산화탄소만 배출한다. 화장품 원료로는 비건, 저자극 등 화학 성분이 최대한 적게 들어간 재료를 쓰고, 향을 내기 위해 화학 향료 대신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은 호의적이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내 아이가 쓰는 제품이라 생각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반응이 좋다”며 “어떤 고객들은 제로 웨이스트 제품으로 환경도 보호할 수 있고, 성분도 좋아 안 쓸 이유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EWBO는 지난해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재사용에 대한 필요성을 널리 알려 사회적 인식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고배합 골판지로 만든 가구, 폐기물로 만든 옷

페이퍼팝은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가구 등을 만들어 폐지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페이퍼팝 제공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들로 상품을 만들어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는 기업들도 있다. ‘페이퍼팝’은 책상, 의자, 침대까지 다양한 일상 속 물건들을 종이로 만든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 폐기물이 증가하며 나무 등의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종이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는 “식품 종이 회사에서 근무하며 질 좋은 종이들이 한 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것을 봤다”며 “해외에서는 종이로 만든 소품들이 쓰레기 절감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페이퍼팝의 제품은 조립식으로 배송돼 받을 때 편리하고 손쉽게 조립할 수 있다. 자동차 엔진 블록, 중화물 포장에 쓰는 고배합 골판지를 활용해 웬만한 목제 가구 수준의 강도를 자랑한다.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품 생산 시 코팅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버려지더라도 최대 95%까지 다시 종이로 재활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폐기 자원을 절감하고, 가구 소각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엘씨벤쳐스는 섬유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업사이클링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엘씨벤쳐스 제공

엘씨벤쳐스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섬유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의류 산업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등 의류 산업은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엘씨벤쳐스는 폐원단과 폐의류를 모아 원사(실타래)로 만들고, 이를 활용해 가방 등 다양한 의류를 만든다. 폐원단과 폐의류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친환경 세척제도 직접 개발했다. 최지수 엘씨벤쳐스 대표는 “올해 의류 폐기물을 2t 이상 절감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소비에 대한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