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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일상 체험… 어려움 알게돼 뜻깊어”

입력 | 2023-06-29 03:00:00

서울시 ‘동행 어울림광장’ 호평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3 동행 어울림 광장’ 행사에서 한 시민이 수동 휠체어를 전동 휠체어로 바꿔 주는 ‘토도 드라이브’를 시승하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일상을 체험하고 관련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이 행사를 매달 서울광장에서 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팡이를 오른쪽, 왼쪽 번갈아 짚으며 장애물이 있나 확인해 주세요. 여기 뭔가 있죠? 이제 천천히 걸어가 볼까요?”

2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 검은색 안대를 쓴 최지희 씨(34)가 도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한 발씩 내디뎠다. 노란색 점자블록 위를 걷던 최 씨는 장애물 위치와 높이를 파악하기 위해 지팡이를 여러 차례 가져다 댔다.

체험을 마친 최 씨는 “앞이 안 보이니 장애물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느 정도 높이인지도 감이 안 왔다”며 “직장이 근처라 서울광장의 다양한 체험 행사에 참여해 왔는데 오늘은 장애인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느낄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고 했다.

● 약자 일상 체험하며 느끼기

이날 최 씨가 체험한 프로그램은 서울시가 4월부터 매달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는 ‘동행 어울림광장’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동행 어울림광장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거나 약자 지원 첨단기술을 선보이고, 서울시의 약자 지원 정책 등을 소개하는 박람회다.

이날 열린 행사에선 특수안경을 쓰고 장애물과 계단을 오르는 ‘저시력 체험’, 약 6㎏에 달하는 체험복을 입고 생활해 보는 ‘임산부 체험’, 안대를 쓰고 흰 지팡이를 이용해 점자블록을 걷는 ‘시각장애인 체험’ 등이 마련됐다. 인근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맞춰 삼삼오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기자는 백내장 특수안경을 쓰고 저시력 체험 코스를 걸었는데 평소 걷는 속도의 약 3분의 1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계단 높낮이가 구분되지 않아 두 차례 넘어질 뻔했다. 이날 저시력 체험을 한 직장인 서모 씨(30)는 “평소 장애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는데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체험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 기술 동행 네트워크로 ‘약자 기술’ 지원
이날 서울광장에선 기술기업 10곳이 장애인 등 약자를 지원하는 첨단기술을 선보였다. 한 부스에선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자막 변환 안경이 전시됐다. 실제로 안경을 쓰자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이 실시간 자막으로 재생됐다. 제품을 개발한 엑스퍼트아이엔씨 측은 “음성이 실시간으로 변환돼 안경에 자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이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대화할 수 있다”며 “직접 변환 엔진을 개발해 92% 이상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올 8월부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기술로 지원하기 위한 ‘기술 동행 네트워크’도 운영할 방침이다. 기술 동행 네트워크는 시, 기업, 단체 등이 두 달에 한 번 시청에 모여 자유롭게 약자 기술에 대한 소개나 발표를 진행하는 자리다. 시는 다음 달 25일까지 노약자, 아동, 장애인 등의 욕구와 필요를 반영한 ‘약자 동행 디자인’을 개발할 25개 기업을 모집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기업당 최대 4000만 원의 개발비를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기술 동행 네트워크를 통해 약자 관련 기술을 발굴하고 관련 디자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서울시의 시정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을 강화할 것”이라며 “약자 관련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는 물론 재정적으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