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저기압, 장마전선에 개입 잦아 비구름 확장시켜 이동속도 빨라져 전남서 1명 실종… 주택-도로 침수 제방 무너져 주민 100명 긴급대피
물바다가 된 도로 광주·전남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발생한 28일 오전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침수돼 있다. 기상청은 주춤했던 장마전선이 활성화되면서 29, 30일 전국에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예보했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 여기저기서 폭우 ‘홍길동 장마’
특히 29일 낮 중부지방에는 시간당 30∼60mm의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이면 운전 중 와이퍼를 작동해도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강한 비, 50mm 이상이면 집중호우로 본다. 정체전선은 중부지방에 비를 뿌리고 29일 오후부터 30일 낮 사이 빠르게 남하하면서 30일은 남부지방에 마찬가지로 시간당 30∼60mm의 강한 비가 내릴 예정이다. 기상청은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질 경우 비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전남·광주에는 27일 정오부터 28일 오후 3시까지 283.8mm의 비가 내렸다. 광주 평년(1991∼2020년 평균) 7월 강수량이 294.2mm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거의 한 달 치 비가 내린 셈이다. 또 짧은 시간 비가 내리는 강도 역시 매우 강해 광주(54.1mm), 남해(74.5mm) 등은 6월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 전남 1명 실종, 광주 100명 대피
이같이 하루 차이로 장맛비가 중부와 남부 등 전국을 오가는 것은 정체전선이 남쪽에서 북상하며 차례로 비를 뿌렸던 기존의 장마 양상과 차이가 있다. 보통 장맛비를 불러오는 것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만나 대립하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정체전선이다.
이 정체전선은 한동안 느린 속도로 우리나라 중부와 남부를 오가다가, 남쪽의 고기압이 점차 세력을 넓히며 밀고 올라가면서 긴 장마가 끝나고 덥고 습한 한여름이 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서쪽에서 저기압이 발생해 정체전선에 개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저기압은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돈다. 저기압이 서쪽에 있을 땐 북쪽으로 비구름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동쪽으로 이동하면 남쪽에 거센 비를 내리게 만든다.
기상청은 “쉽게 말해 비구름 이동 속도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 장마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로 수증기가 한반도로 대량 유입되면서 국지성 폭우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강수량이 늘어날 수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