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규제 개선] 학생들 선택기회 확대는 긍정적 전공 쏠림-학내 갈등 발생할수도 ‘학교밖 수업’ 산업체 기준 있어야
28일 발표된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접한 대학사회에서는 “인문계열 학과들은 모두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과도 학부도 사라지면 사실상 모든 전공들이 ‘학생 확보’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과목, 실용 과목, 이공계 과목에 몰리면 기초 철학이나 인문학은 외면당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김병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기획혁신팀장은 “학생들 입장에서 선택의 기회가 늘어 긍정적이지만, 대학 운영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내 갈등 증폭, 전공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과·학부 구분 없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취업이 잘되는 실용 학문 위주로 수업을 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합 선발된 신입생의 상당 수가 인문학 수업은 외면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이나 경영학, 각종 외국어 수업으로 몰릴 수 있다. 2학년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할 때도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서울대 입학처장을 지낸 김경범 서울대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인문학이나 사회학 중에서도 인류학이나 사회복지학 등 선호도가 낮은 학문의 수업은 들으려는 학생이 없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밖 수업’을 진행하는 산업체, 연구기관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협동 수업’이 실시되는 산업체·연구기관의 자격 요건을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대와 주로 협력하게 될 중견, 중소기업을 특정 기준 이상 업체로 한정하기는 어렵다”며 “학생들 평가에 따라 대학 생존이 걸린 상황이라 학교 측이 수업을 부실하거나 무분별하게 운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