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맞춤 제작 전담부서 ‘뮬리너’ 출고되는 차 59% 뮬리너 손길 거쳐…장인정신과 특별한 호화로움 담아 코치빌트, 높은 수준의 맞춤 제작…옛 제작 방식대로 클래식카 재현도
18대 한정 생산되는 벤틀리 바투르는 맞춤 제작 프로그램의 정점인 코치빌트의 산물이다. 벤틀리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특히 영국 브랜드들은 뿌리 깊은 맞춤 제작 문화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아주 특별한 차들을 만들기로 이름나 있다. 대표적인 영국 럭셔리 카 브랜드인 벤틀리와 벤틀리의 맞춤 제작 전담 부서인 뮬리너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영국 체셔주 크루에 있는 벤틀리 본사를 방문해 뮬리너의 활동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벤틀리 뮬리너는 뿌리 깊은 맞춤 제작 문화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구매자 취향을 반영해 특별한 차를 만든다.
목재 장식은 엄선된 소재를 여러 단계에 걸쳐 섬세하게 가공해 품질감을 높인다.
미리 준비된 옵션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자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차를 꾸미는 비스포크 작업도 뮬리너가 맡는다. 구매자는 차체 색에서 시작해 실내의 어떤 부분에 어떤 색과 소재를 쓸 것이며, 어떻게 장식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고르고 정할 수 있다. 조합할 수 있는 옵션의 수는 무려 460억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알리 총괄은 “오랜 시간을 들여 수많은 조합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뮬리너에 이야기하면 만들어줄 것”이다며 “고객의 요구에 ‘NO’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최대한 맞추는 것이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소량 한정 생산 모델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도 뮬리너의 몫이다. 벤틀리의 르망 24시간 경주 출전 및 우승의 역사를 기리는 특별 모델인 콘티넨털 GT 스피드 르망 컬렉션이나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인 하태임 작가와 협업해 만들기로 한 콘티넨털 GT 코리안 에디션 등이 좋은 예다. 뮬리너 스튜디오에서 휴고 치즐렛 뮬리너 디자이너와 함께 콘티넨털 GT 코리안 에디션의 디자인 진행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작가 고유의 표현을 한정 생산되는 열 대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소통하며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차체 색은 미리 준비된 수많은 색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별한 색도 주문할 수 있다.
뮬리너의 코치빌트 모델로는 2002년에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왕실 전용 스테이트 리무진이 유명하다. 두 대가 제작된 스테이트 리무진은 최근 즉위한 찰스 3세 국왕이 이어받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코치빌딩 사업 강화의 첫 결실인 12대 한정 모델 바칼라, 우리나라에서도 한 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 18대 한정 모델 바투르 역시 디자인과 생산을 뮬리너가 맡고 있다.
구매자가 원한다면 아티스트와 협업해 미술품 같은 장식을 차에 넣을 수도 있다.
한정 생산 모델을 위한 작업장 너머에는 뮬리너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클래식카 관련 작업을 전담하는 곳으로 옛 명차를 재생산하는 컨티뉴에이션 시리즈의 제작과 함께 벤틀리가 보관 및 관리하고 있는 클래식카들의 유지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컨티뉴에이션 시리즈도 다른 한정 모델들처럼 주문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차를 최신 상태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안사르 알리 뮬리너 벤틀리 모터스포츠 총괄.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제공
코치빌트 모델인 벤틀리 바칼라(왼쪽)와 클래식 경주 차인 ‘블로워’ 컨티뉴에이션 시리즈 등 한정 생산 모델도 뮬리너가 제작한다.
벤틀리는 뮬리너라는 채널을 통해 한편으로는 구매자들이 원하는 남다른 가치를 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과 소통하면서 브랜드와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고 있다. 나만의 특별한 차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특별한 차를 함께 만들어 나가면서 구매자와 벤틀리가 더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 뮬리너의 존재 의미라 할 수 있겠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