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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러 국방 투톱 생포하려다 들키자 무장 반란

입력 | 2023-06-29 16:36:00

서방은 감청으로 사전 인지… 푸틴이 양측 모두 숙청 가능성
프리고진과 가까운 수로비킨-게라시모프 모두 반란 후 자취 감춰



반란 당시인 24일 자신이 점령했던 남부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에서 연설하고 있는 프리고진. 로스토프나도누=AP 뉴시스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당초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 자신과 갈등을 빚어 온 정규군 수뇌부를 납치하려 했지만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에 이를 들키자 일종의 ‘플랜B’ 성격으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8일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은 감청을 통해 이에 관한 첩보를 사전 입수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당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남부 지역에서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납치하려 했다. 22~25일 해당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두 사람을 생포한 후 지휘체계 일원화를 명분으로 바그너그룹의 세력을 약화시켜려던 두 사람의 움직임을 뒤집으려고 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 계획이 누설되자 23일 수도 모스크바 진격으로 계획을 긴급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프리고진은 전쟁 지휘 주도권을 두고 내내 두 사람과 대립했다. 특히 지지부진한 전황에 대한 문책 성격으로 올 1월 프리고진과 가까운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전쟁 총사령관의 자리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 교체되자 큰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에서의 잔혹함으로 유명한 수로비킨은 모든 것을 다 파괴한다는 뜻의 ‘아마겟돈’ 별명이 있다.

전권을 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바그너그룹이 용병을 모집하는 주요 통로였던 ‘죄수 징집’ 권한을 박탈했다. 바그너 용병들에게도 다음달 1일까지 러시아군과 정식 계약을 맺어 사실상 정규군 휘하에서 움직이라고 명령했다.

서방 정보기관은 프리고진이 반란 계획을 실행하기 전 수로비킨 등 일부 군 장성에게 이를 알렸으며 자신의 반란에 동조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비로킨은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에 나선 24일 프리고진을 향해 “반란을 중단하라”고 비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수로비킨이나 다른 장성이 반란에 호응하지 않자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던 프리고진은 자신의 사면과 바그너그룹의 벨라루스 주둔을 조건으로 반란을 전격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프리고진과 군 수뇌부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만큼 양측 모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숙청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반란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수로비킨은 이미 체포됐다고 현지 매체 모스크바타임스 등이 전했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을 비판하는 영상을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은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의 후폭풍을 수습한 후 쇼이구 장관 역시 축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중단 후 국영TV나 대중 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FSB가 사전에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알고도 모스크바 진격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푸틴 대통령의 정보기관 장악력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