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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푸틴의 요리사에서 반란군이 된 ‘프리고진’

입력 | 2023-06-30 03:00: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충복’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62·사진)이 일으킨 무장반란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종료되었습니다만 세계의 이목은 여전히 이 용병대장의 실패한 무장반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프리고진은 푸틴과 같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입니다. 절도 및 사기, 성매매 알선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잡범이었지만 사업가로서는 수완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옛 소련연방이 개혁 개방을 표방하던 199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고급 식당을 열어 크게 성공합니다. 이즈음 푸틴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에 음식을 공급하게 되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습니다.

2014년에는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을 창설하고 사실상 푸틴을 대신해 러시아와 관련된 수많은 국제분쟁에 개입해 왔습니다. 시리아, 중앙아프리카, 수단 등 푸틴과 친분이 있는 독재국가의 내전에도 개입해 민간인 학살이나 고문 같은 각종 전쟁범죄까지 저지릅니다.

그의 이름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된 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초기만 해도 전쟁은 빠른 시간 안에 끝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고전하면서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을 전선에 앞장세웁니다. 죄수들까지 참전시킨 이 용병부대는 우크라이나 전장 최격전지였던 바흐무트 장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점차 프리고진은 전쟁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며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러시아 정규군 사이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군부는 군부대로 불만이었지만, 프리고진 역시 대놓고 러시아 군부를 비난합니다. 바흐무트 전선에서 철수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비정규군들은 러시아 국방부와 정식으로 계약하라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명령이 떨어집니다. 이 명령은 사실상 이제까지 최전선에 앞장세워 전과를 얻어낸 바그너그룹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속셈입니다. 전쟁 권력의 재편성을 의미합니다. 반발한 프리고진은 계약 체결 시한을 일주일 남겨놓고 무장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반란 직후 바그너그룹은 별다른 저항 없이 단 하루 만에 수도인 모스크바 턱밑까지 1000km 이상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러시아 방어력에 구멍이 뚫렸음이 드러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푸틴의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 민중은 이번 반란에서 매우 무관심하거나 의외로 호응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앞으로 푸틴 정권은 바그너그룹을 비롯해 크고 작은 용병기업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는 상당 부분 용병기업에 의존하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전력 약화를 의미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가 내분을 겪고 있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을 개시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러시아와 푸틴은 지금 ‘내우외환(內憂外患)’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