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양국은 2015년 중단된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분쟁 등으로 중단돼 있던 통화스와프를 재개한다. 한일 양국 재무장관은 어제 도쿄에서 열린 회의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복원에 합의했다. 2015년 종료된 지 8년 만이다. 양국은 이와 함께 상호 금융투자 활성화와 역내 금융안전망, 국제조세 등의 협력 분야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는 그동안 끊어져 있던 금융협력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자 양국 관계의 회복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이어서 당장 외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사시 유동성 공급의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금융시장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번 스와프는 전액 달러 기반으로 체결하는 것이어서 비상시 달러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일 간 경제협력은 그동안 외교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부침을 계속해 온 것이 사실이다. 통화스와프만 해도 한국이 2016년 재개를 요청했으나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일본이 협상을 중단해 버렸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규제가 이어졌다. 경제 보복이나 다름없는 일본의 조치에 한국도 맞대응하면서 양국 경협이 얼어붙은 사례들이다.
글로벌 경제 구도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한일 양국의 협력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통화스와프 복원이 경협 확대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는 경우에도 최소한 경제에서만큼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어렵게 회복하기 시작한 양국 경협이 ‘경제 무기화’ 시도로 중단되는 상황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북핵 대응을 비롯한 안보 공조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