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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글로벌 디지털 규범 주도국가돼야[기고/황종성]

입력 | 2023-06-30 03:00:00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21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디지털비전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질서 규범의 방향을 제안하는 ‘파리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파리는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 역사 최초로 인권선언이 탄생한 도시다. 인권선언에 반영된 자유, 평등, 박애는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신분 질서를 깨고 누구나 똑같은 인권을 갖고 있음을 알리는 새로운 규범의 선언이었다. 인류의 가치관이 된 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혁명의 결실인 ‘자유’ 이념은 근대 이후 과학기술 발달로 더욱 확장됐다.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약속의 도구가 됐다. 특히 인터넷은 인간 세계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하며 마치 이란성 쌍둥이처럼 자연스럽게 기술과 자유의 관계를 연동시켜 왔다. 그 관계는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작동됐다.

최근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무섭게 진화하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편향된 데이터 학습이 왜곡된 결과를 초래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알고리즘 조작에 의한 대중 통제로 민주주의가 흔들리기도 한다. 인공지능 생성형 능력이 양날의 칼이 돼 인류 실존을 위협하는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크다.

인공지능 개발에 앞서 시급한 공동체의 과제가 인류 앞에 놓여 있다. 과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디지털 기술과 공존하고 가치를 창출할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파리 이니셔티브는 이에 대한 구체적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디지털 접근의 공정성, 디지털 격차해소, 공정한 데이터 접근과 데이터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 디지털 위협의 규제와 규범 집행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등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넘어 국제사회의 연대가 강조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나라 주도로 규범들을 글로벌 스탠더드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서구 국가들에서 보여온 특정 권역이나 국가 중심의 국지적 이익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질서를 형성하려는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세계가 동등한 입장에서 인류의 보편적 세계관에 입각한 디지털 질서의 정립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런 일을 선도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이미 성공스토리를 만든 바 있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심화 시대에 글로벌 모범국가가 될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의 파리 이니셔티브는 디지털 신질서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 필요성을 대변할 뿐 아니라 한국의 디지털 자신감을 반영한 제안이라는 의미가 있다. 과거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제정해 국가정보화를 견인해 왔듯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위한 규범으로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추진해 글로벌 디지털 규범을 주도하는 모범국가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