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日, ‘기준 만족까지 처리 반복’ 주장… 발표대로면 방사성 물질 극소량” 다핵종 제거, 세계적으로 사례 없어 일각 “인체 영향 가능성 배제 못해”
일본 후쿠시마에 있는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를 처리한 뒤 해양에 방출할 계획이다. AP 뉴시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각기 다른 의견들이 제기되며 국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多)핵종처리장치(ALPS) 등 도쿄전력이 갖추고 있는 오염물질 처리 설비가 제대로 작동해 인체에 무해한 수준 이하로 오염물질이 방출된다면 객관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다만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 해양에 방출했던 전례가 없는 만큼 실제 기준치 이하로 방사성 물질이 저감됐는지 등을 공개하는 과학적 절차가 이뤄져야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일본 ALPS로 오염수 반복 걸러 방출
저장탱크의 오염수가 그대로 해양에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 방출하기 전에 시료 채취·분석 등을 통해 배출 기준치를 만족하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이 설비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기준치를 만족할 때까지 ALPS 처리를 반복한다.
현재 오염수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ALPS로 충분히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다. 현재 오염수의 L당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73만 Bq(베크렐·방사능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국내 기준(4만 Bq)의 18배가 넘는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바닷물을 섞어 L당 1500Bq로 희석시켜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단계별로 문제를 걸러낼 수 있도록 현재의 원자력 안전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방사성 폐기물 처리 과정은 세계적으로 합의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처리 과정을 거쳐 오염수가 방출된다면 국내에 실제 도달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은 극소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올 2월 발표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방출된 삼중수소는 우리나라 관할 해역인 제주 바다 근처에 4, 5년 뒤부터 유입되기 시작해 10년 뒤에는 m당 0.001Bq 농도로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 ALPS 정상 가동 여부 등 일본 주장 검증 필요
실제 원전에서 전 세계적으로 62종의 다핵종을 제거해 방출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정상 가동되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액체폐기물을 ALPS와 유사한 방식으로 걸러내고 있지만, 세슘 등 소수의 핵종을 걸러내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작은 플랑크톤에 쌓인 방사선 핵종이 이를 먹이로 하는 다수의 해양 생물에게 전달되면서 간접적으로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29일 바른언론시민행동과 바른청년연합이 주최한 ‘가짜뉴스, 반지성주의와 지역경제’ 토론회에서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중국 황해 연안에서는 매년 후쿠시마보다 50배 많은 삼중수소가 방류되고 있고, 이 방류수는 우리나라 서해 남해로 유입됐다”며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최소 3년 뒤 국내로 유입되는 후쿠시마 방류수보다 중국 원전 방류수가 더 위험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