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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고대영 전 KBS사장 해임은 위법”…대법서 최종 확정

입력 | 2023-06-30 07:35:00

고대영 전 KBS 사장. 동아일보DB


고대영 전 KBS 사장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임 처분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고 전 사장이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상고심절차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별도의 결정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는 제도다.

2018년 1월 22일 KBS 이사회는 보도 공정성 훼손 및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 등 총 8개 사유를 들어 임기 10개월이 남아있던 고 전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음 날 곧바로 해임 제청안을 재가했다.

고 전 사장은 해임 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안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해임 사유 8개 중 5개가 인정된다며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해임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봤다. 또 이사회가 든 해임 사유들이 임기가 보장된 KBS 사장을 해임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상정할 의도를 가지고 야권 성향의 이사(강규형 전 KBS 이사)를 부적법하게 해임해 이사회 구성을 변경한 다음 가결된 이 사건 해임 제청안은 방송법 규정에 반할 뿐 아니라, 이사회의 제청 권한을 우회적으로 잠탈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이사는 고 전 사장보다 앞선 2017년 12월 업무추진비 유용 등의 사유로 해임됐으나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해 2021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8개 해임 사유 중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합격 점수 미달 △KBS 신뢰도·영향력 추락 △파업사태 초래 △방송법을 위반한 인사처분은 고 전 사장의 책임이 있으나 충분한 해임 사유는 안 된다고 봤다. 나머지 4개 사유는 사실이 아니거나 고 전 사장의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3자 소송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KBS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1월 23일 고 전 사장을 해임한 처분은 취소된다. 고 전 사장의 임기는 그해 11월 종료돼 복직할 수는 없으나 해임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됐기에 잔여 임금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