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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인공지능(AI) 개발자가 AI를 발명가로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30일 미국인 테일러 스티븐 엘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특허출원무효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인공지능 개발자 엘은 지난해 5월17일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한 특허를 국내에 출원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16개국에도 특허를 냈다.
그러나 특허청은 지난해 9월28일 “행정적으로 자연인만 발명 주체로 볼 수 있다”며 출원을 무효처분했다. 미국·영국 등의 특허청과 법원이 특허법 또는 판례를 통해 자연인만 발명가로 인정하고 인공지능은 발명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작했다.
엘은 처분에 불복해 “인공지능도 발명가가 될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20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미국·독일·영국·호주 등 지식재산 분야 주요국에 이어 아시아 첫 소송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특허법상 발명가는 발명을 한 사람으로 표시돼 있는데 이는 자연인만을 의미하는 게 분명하다”며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은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독자적 권리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발명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부스 발명도 상당 부분 인간의 기여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명은 16개국에 출원됐지만 무심사주의를 채택한 남아공 외에 모든 국가가 거절했고 취소소송 역시 모두 기각됐다”며 “인공지능을 독자적 발명가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정책적·기술적 고려에 따른 제도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을 발명가로 허용한다고 관련 발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소수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독점에 따른 규제와 법적인 책임 불분명 등 우려와 문제점이 공존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