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괴하고 독창적이다”…가장 ‘HOT’한 할리우드 호러 3대장[이승미의 연예위키]

입력 | 2023-06-30 17:00:00


할리우드에서 주목 받는 호러 감독들.  아리 에스터, 조던 필, 로버트 에거스(왼쪽부터)

태양이 지글거리는 여름이면 어김없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호러 영화를 찾게 된다. 호러 영화의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호러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국내외에 여전히 미치도록 무서우면서도 작품성까지 갖춘 뛰어난 호러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아리 에스터, 조던 필, 로버트 에거스, 세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가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전설적인 호러 거장으로 꼽히는 ‘할로윈’의 존 카펜터, ‘나이트메어’의 웨스 크레이븐,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조지 로메로,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인 ‘식스센스’ 나이트 M 샤말란, ‘쏘우’ 제임스 완 등을 이을 차세대 호러 연출자로 주목 받고 있다.

아리 에스터의 연출작. ‘유전’, ‘미드소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에스터, 기이한 컬트 호러의 신세계
‘기생충’을 만든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이 ‘향후 영화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감독’으로 꼽으며 극찬한 감독이다. 2018년 내놓은 첫 장편영화 ‘유전’으로 단숨에 전 세계 호러영화 팬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토니 콜렛이 주연한 영화는 할머니가 시작한 저주로 헤어날 수 없는 공포에 지배당한 한 가족을 통해 거부할 수 없는 끔찍한 유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2018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한 후 언론과 평단의 압도적인 극찬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전문가 평점) 90%를 기록하고 있다.

‘유전’에서 호러 영화에는 필수적인 점프 스케어(사물이나 인물 등을 불쑥 튀어나와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를 과감히 제거하고도 극강의 공포를 자아냈던 에스터 감독은 다음 작품인 ‘미드소마’에서는 해가지지 않는 환한 스웨덴 마을을 배경 삼아 호러영화는 어두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쉈다. 축제가 열리는 스웨덴의 한 마을에 가게 된 주인공(플로렌스 퓨)이 연이어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나가는 과정을 겪으며 오히려 상실의 고통을 치유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로 극찬을 이끌었다.

4년 만의 신작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5일 내놓는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와 함께 사는 편집증을 앓는 남자 보(호아킨 피닉스)가 초현실적인 상황과 직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에스터 감독은 영화를 대해 호러의 틀에서 벗어난 블랙코미디라고 정의했지만 기괴한 분위기 등으로 호러 팬들의 눈길을 더 끌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10년간 나온 최고의 공포영화 중 한 편으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꼽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온 에스터 감독은 신작 개봉에 앞서 27일 한국을 찾아 국내 첫 시사회에 참석하고 팬들과도 직접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조던 필의 연출작. ‘겟 아웃’, ‘어스’, ‘놉’.



●조던 필, 흑인 정체성 살린 독창적 세계
코미디언 출신인 조던 필 감독은 데뷔작 ‘겟 아웃’으로 단숨에 스타 감독으로 우뚝 섰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그린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숱한 작품에 대서 다뤄온 흑인의 인종 차별 문제를 호러라는 장르 안에서 기괴하면서 독창적으로 풀어내 극찬을 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450만 달러(58억 2030만 원)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2억 5574만 달러(3307억 2963만 원)의 수익을 내며 ‘흥행 대박’까지 쳤다. 북미를 제외한 국가 중 한국에서 최고 흥행 수익(1559만 5226 달러)을 기록했으며 한국 팬들은 필 감독에게 ‘조동필’이라는 애칭까지 안겼다. 이에 필 감독은 자신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이 키운 감독”이라고 칭하며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내놓은 2019년 ‘어스’와 2022년 ‘놉’도 독창적인 설정과 이야기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스’는 미국 산타크루스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 흑인 가족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름 끼치는 불청객을 만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리며, ‘놉’은 하늘에 나타난 수상한 물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일을 담는다. 두 영화 모두 ‘겟 아웃’과 마찬가지로 흑인 주인공을 내세워 인종차별 뿐만 아니라 이민자 이슈, 미디어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를 녹였다.

필 감독의 신작은 2024년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 예정이다. 이전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세한 내용과 플롯은 물론 제목까지 꽁꽁 숨기고 있어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버라이어티, 데드라인 등 미국 유력 연예 매체들은 “조던 필의 신작은 개봉일을 제외하고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진정한 조던 필 다운 방식”이라며 “앞선 지난 세 편의 그의 영화도 개봉 전까지 관련 사항이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에거스의 연출작. ‘더 위치’, ‘라이트 하우스’, ‘노스맨’



●로버트 에거스, 고딕 호러의 우아함
에거스 감독의 연출작들은 국내에선 극장이 아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VOD 등을 통해 공개돼 아리 에스터와 조던 필 감독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영화인들과 평론가의 극찬을 받으며 가장 촉망 받는 호러영화 감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에거스 감독은 민속적이고 신화적인 요소가 중심이 되는 고딕풍의 호러 장르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발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5년 선보인 장편 데뷔작이자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더 위치’는 1692년 살렘마녀재판을 소재로, 일련의 기이한 사건들에 의해 광기에 사로잡히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연한 안야 테일러 조이는 단숨에 호러 퀸으로 급부상했다. 윌렘 대포와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한 차기작 ‘라이트 하우스’는 19세기 후반 뉴잉글랜드의 동 떨어진 섬에 위치한 등대를 지키게 된 두 등대지기가 겪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다. 흑백영화로 제작돼 고전적인 분위기를 더욱 살렸으며 고독감과 외로움에 시달리던 두 남자가 점차 편집증과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을 통해 죄의식, 욕망, 억눌린 남성성 등을 탐구한다.

그의 차기작 ‘노스맨’은 특이하게도 호러가 아닌 역사극이다. 10세기 아이슬란드의 바이킹족을 소재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모티브가 된 덴마크 전설 속 인물 암레스를 다룬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음 작품을 통해 다시 고딕 호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1922년과 1979년 만들어진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로 19세기 독일의 한 신들린 여성과 그녀에게 집착하는 뱀파이어 백작 노스페라투에 대한 이야기다. 빌 스카스가드와 릴리 로즈 뎁이 주연한다.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