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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범죄자는 몸으로 범행을 예고한다

입력 | 2023-07-01 03:00:00

◇범죄 시그널/데이비드 기븐스 지음·김아인 옮김/272쪽·1만6800원·지식의편집




“그 사람이 나를 보자 뼛속까지 소름이 끼쳤다.”

2001년 8월 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 출입국 심사관 호세 멜렌데스페레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청년 무함마드 알 까흐타니를 마주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짧은 머리에 단정한 차림새였지만, 그는 적의로 가득 찬 눈빛으로 멜렌데스페레스를 노려봤다. 심상찮은 신호를 감지한 멜렌데스페레스는 그가 귀국 항공권 없이 미국에 입국한 사실을 파악하고 입국을 철회했다. 훗날 9·11테러 조사위원회는 그가 9·11테러에 가담하려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출입국 심사관의 예리한 관찰력이 잠재적 테러범의 입국을 막은 사례다.

인류학자이자 미국의 비언어연구센터 소장인 저자가 범죄자들이 범행 전 남긴 신호를 분석한 책이다. 미국 국방부의 의뢰로 9·11테러범들의 신체언어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자는 “사전 예고나 단서 없이 진행되는 범죄는 드물다”고 강조한다. 책은 범죄자가 남긴 몸짓과 주변 환경 단서 등 범죄의 사전 징후를 정리했다.

‘시선 회피’는 범죄자들이 범행 전 보이는 신호 중 하나다. 미국 교통안전국의 한 폐쇄회로(CC)TV 분석관은 9·11테러 당시 비행기 납치범 3명이 공항 검색대를 지날 때 보안요원의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후 미국은 공항 내 CCTV에 비언어 신호를 감지하는 경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고개를 숙인 채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 포착되면 즉각 원격경보가 울리는 식이다.

저자는 “커튼에 꽁꽁 싸인 집이 당신 주변에 있다면 그 집을 감시하라”고 권한다. 외부와 고립된 집은 아동학대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6년간 세 딸을 성적으로 학대한 한 범죄자의 집은 2m 높이 담장 뒤에 숨어 있었다. 집의 모든 창문은 항상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진 채였다. 저자는 “비극은 이 같은 범행 신호들이 무시될 때 벌어진다”며 “이 책이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