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DBR 편집장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반년. ‘챗GPT 쇼크’라 불릴 만큼 많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기술이 빚는 여러 풍경 가운데 “어떻게 질문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지, ‘질문하는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증언도 많아 흥미롭다. 질문 방식과 기술에 따라 답변의 정교함과 정확성이 달라지다 보니 새삼 ‘기계와 대화하기’에서조차 말하기 스킬의 힘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일상 속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직장 생활이나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말은 일의 성과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바람직한 말하기 방식에 대해 배울 기회가 드물다 보니 각자의 사회성이나 말 습관 등이 말하기 스킬의 경쟁력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소통과 관련된 학계 연구를 참고하면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검증된 기술도 적지 않다. ‘동사 대신 명사를 사용하라’ 같은 덕목이 대표적 사례다.
조나 버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최근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을 통해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동사 대신 명사를 쓰기만 해도 설득의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실험 결과 어떤 업무를 “도와달라(help)”고 하는 대신에 “도우미(helper)가 돼 달라”고만 해도 실제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3분의 1가량 높아졌다. “투표하라(vote)”는 말 대신 “투표자(voter)가 돼 달라”고 요청할 때 투표율 역시 15% 늘었다.
‘당신(You)’이라는 말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말하기 스킬이 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A기업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고객 참여도를 분석한 결과 ‘당신’을 비롯한 2인칭 대명사를 사용한 게시물이 더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았다.
하지만 책임을 묻는 것처럼 느껴지는 맥락에서는 ‘당신’을 적시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예컨대 “당신이 바빠 보여서 말씀을 못 드렸어요”보다는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았어요”가 비난의 느낌을 피할 수 있다.
경험에서뿐만 아니라 학술적 연구로도 그 효과가 입증된 ‘말하기의 힘’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남을 돕고 싶어 하는 본능이 크다는 또 다른 심리학 연구들을 기반으로 한다. 코넬대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낯선 사람의 부탁을 실제로 들어준 사람의 비율은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의 예상보다 평균 48%가량 높았다.
‘말 한마디로 도움 얻기.’ 말하기 기술의 솔루션은 결국 상대방의 ‘선한 본능’을 어떻게 자극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상만사의 해결책이 그렇듯, 중요한 건 결국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