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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거칠어진 대통령 발언… 정제된 ‘지도자의 언어’ 듣고 싶다

입력 | 2023-07-01 00:00:00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전 정부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 세력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발언을 두둔하며 공세에 나섰다.

윤 대통령 특유의 센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이전에 비할 바 아니다. 취임 초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연일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번 발언은 미리 준비된 연설에서 나온 것이다.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단체 행사에서 나온 발언임을 감안해도 그 수위는 지나쳤고 많은 이들이 전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들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 발언은 최근 정부 인사들의 막말과도 맞물려 있다. 검사 출신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은 “국민 70% 이상이 문재인(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극우 성향의 유튜브를 운영하던 인사가 차관급인 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내정됐다. 여당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언급이 그런 극단적 발언을 두둔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그제 각 부처 차관으로 내려보낼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불러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과 맞서 싸우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공직사회의 전 정부 잔재를 일소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년 전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타파’를 내걸고 정치 참여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집권 연장으로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비판했었다.

이런 발언들은 장차관급 15명 인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새 정부 기조를 가다듬으며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거대 야당에 대한 절망감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국정 어젠다와 구체적 정책으로 보여줘야지 이념적 대결적 언사로는 편 가르기만 가속할 뿐이다.

대통령의 강한 메시지는 효과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적폐청산’을 내건 전임 정부의 실패가 반증한다. 윤 대통령 발언에선 집권 2년 차 들어,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부터 결집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영 대결이나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은 지도자의 언어일 수 없다. 흥분과 분열의 언어는 보수의 품격에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