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 2008년 연구 시작, SCI(E)급 관련 논문 24편 발표 지방, 골수보다 연골 재생 줄기세포 1만 배 추출 가능 최소 절개 연골 손상 부위 줄기세포 주입…시술 간단
연세사랑병원 임상시험센터 연구원들이 지방세포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있다. 사진 홍중식 기자
무릎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는 자신의 줄기세포를 무릎 연골세포로 분화시켜 재생함으로써 자기 관절을 보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연골 재생뿐 아니라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생리활성물질이 관절 내부의 염증 반응을 조절해 통증, 부종 등 증상을 완화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 세포의 7~10%가 연골 재생 줄기세포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실제 자가지방의 경우 150ml를 뽑으면 약 1억 개 정도의 세포 추출이 가능한데 거기에서 다시 700만~1000만 개 정도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해낼 수 있다”며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수의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 보니 환자의 연골 결손이 심하지 않은 경우 따로 줄기세포를 배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무릎 관절염 치료의 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환자의 둔부와 복부에서 지방을 채취한 후 원심분리기와 줄기세포 키트를 이용해 환자의 지방에서 줄기세포와 성장인자 등을 분리한다. 그리고 분리된 줄기세포를 관절내시경을 통해 닳아 없어진 연골 부분에 직접 발라준다. 내시경이 들어갈 만큼만 최소로 절개하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 짧고 출혈과 감염 우려가 그만큼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줄기세포를 주입한 후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릴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탄력을 받게 된 시기는 2011년 ‘자가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최종 심의를 통과한 이후다. 실제 자가골수 줄기세포 치료에서 연골 재생 성공률은 70~80%이며,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면서 아물 때 주변 연골과의 유합 정도는 76~80%로 밝혀졌다. 연세사랑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임상 결과와 환자 사례에 따르면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한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85%가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향상을 경험했다.
골수에 비해 줄기세포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으면서도 추출 과정 또한 간단한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장점은 연세사랑병원의 각종 논문에서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28편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발표됐는데, 그중 24편이 ‘The Knee’, ‘AJSM’, ‘BBRC’, ‘Arthroscopy’ 등 SCI(E)급 저널에 등재됐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무릎 외 적용 가능
연세사랑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원심분리기. 줄기세포와 혈소판 풍부혈장(PRP)의 분리에 사용된다. 사진 홍중식 기자
연세사랑병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는 임상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18년 다리가 O자로 휠 만큼 퇴행성관절염이 심했던 62세 여성 환자의 경우 무릎뼈 교정 수술과 함께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지 1년 후 손상됐던 연골이 재생된 것이 확인됐다. 47세 이른 나이에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아야 했던 남성 환자도 2018년 치환술 대신 자신의 지방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결과, 2년 만에 확연히 알아볼 정도로 연골이 재생됐다.
PRP 주사, 국내 최초 정형외과 영역 도입
연세사랑병원은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외에도 2009년부터 또 하나의 재생의료술인 ‘자가혈소판 풍부혈장(PRP) 치료’를 국내 정형외과 영역에 최초로 도입했다. 자가혈소판 풍부혈장 치료는 환자 자신의 혈액을 뽑은 후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혈소판 성분을 분리하고, 이를 농축해 환자의 관절 질환 부위에 주사로 투여하는 치료술이다.
연세사랑병원은 2013년부터 혈소판 성분을 분리하고 농축하는 데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자체 제작 키트를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 않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이 작성한 논문 ‘퇴행성디스크에 대한 혈소판 풍부혈장의 항염증효과’에 따르면 PRP 주사는 척추뼈 사이의 연골조직인 추간판 단백질의 퇴행성 변화를 감소시키는 데 큰 효과를 보였다. 이 논문은 정형외과 최고 권위지인 ‘Journal of Orthopedic Research’에 게재됐다. 자가혈소판 풍부혈장(PRP)은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에도 중요한 보조 역할을 한다. PRP를 첨가하면 줄기세포의 증식률을 최대 14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19년도에는 팔꿈치 관절 관련 치료에 적용된 PRP 치료술이, 지난해 10월에는 회전근개파열 봉합수술 시 PRP를 주입한 치료술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평가를 통과해 ‘신의료기술’로 고시됐다. 하지만 무릎이나 척추 등 다른 부위와 질환에 대한 시술은 임상적 경험이 많이 축적됐음에도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신의료기술 평가는 ‘허가’ 아니야… 전문성, 공정성 살려야”
[인터뷰]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NECA,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 진료(시술)와 진료비(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국민건강 보호와 의료기술 발전 촉진을 위해 2007년 도입된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가 그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이중 규제로 변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혁신 의료기술을 활용한 진료를 펼치고 있는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에게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2014년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탈락했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가 ‘유효성 입증’ 때문이었는데, 평가 당시 우리가 제출한 관련 임상 논문만 10편이었다. 반면 2011년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자가골수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평가 당시 제출 임상 논문은 4편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 병원의 경우 임팩트팩터(IF) 지수 7점대의 신뢰성 높은 논문을 제출해 논문 점수가 월등히 높았는데도 평가 통과에 실패했다.”
- 정부는 여전히 ‘신의료기술로 고시되어야 시술과 시술비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의료기술평가제는 신의료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고시)’하도록 한 ‘평가’ 제도이지 신의료기술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허가’ 또는 ‘승인’ 제도가 아니다. 최근 맘모톰(유방 양성종양 제거 또는 조직검사에 사용) 시술에 대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신의료기술로 고시되지 않은 의료기술도 시술과 진료비 청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그런데도 우리 병원은 현재 줄기세포 채취와 이에 따른 검사 및 행위료 등에서 일체의 시술비를 청구하고 있지 않다.”
- 신의료기술 평가가 이중 규제라는 논란이 있다.
“법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사용 허가(인증)를 받으면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기술은 바로 시술 및 시술비 청구가 가능하다. 우리 병원의 경우 의료기기(원심분리기 및 키트)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시술과 시술비 청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PRP 시술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 평가를 또 받아야 한다고 하니 이중 규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 현재의 신의료기술 평가가 전문성이 있다고 보나.
“평가위원 구성에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평가 대상 신의료기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해당 영역의 전문가로 위원들을 짜야 한다. 그래야 전문성, 공정성 논란이 사라진다.”
- 신의료기술 평가가 도리어 ‘새로운 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에 걸림돌’이라는 논란이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검토 방법이 까다로워 국내 치료를 포기하고 해외에서 큰 돈을 들여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다.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외국의 기업과 병원, 연구소에 특허를 빼앗기거나 해외시장 진입에 실패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 신의료기술 평가에 재도전할 것인가.
“올해 안에 재신청할 생각이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는 2015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한 논문이 쏟아졌다. 우리 병원도 그간 SCI(E)급 관련 논문만 24편을 썼다.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현재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팔꿈치와 어깨(회전근개파열 수술) 외에 무릎 관절 등 다른 신체 부위와 질환에 대한 PRP 시술도 조만간 평가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