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맨 오른쪽)가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원주=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앙샹떼(Enchanté)!”
지난달 30일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 남색 면바지에 흰 티셔츠를 걸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가 등장하자 독자 40명이 두 손을 흔들며 ‘만나서 반갑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인사말을 외쳤다. 베르나르가 한국어로 또박또박 “안녕하세요”라고 답하자 독자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오른쪽)가 한 독자와 셀카를 찍고 있다. 원주=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날 오전 서울에서 출발한 독자들은 원주시 소금산 출렁다리를 관광한 뒤 오후 뮤지엄 산에서 베르나르를 만났다. 환영 인사를 나눈 베르나르와 독자는 함께 뮤지엄 산의 대표 공간인 ‘제임스터렐관’을 둘러봤다.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80)이 빛을 다양하게 해석한 이곳은 일부 공간에 조명이 없다. 어둠이 가득한 곳을 살을 맞댄 채 걸으니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감이 사라졌다. 실제로는 낭떠러지지만, 멀리서 보면 벽처럼 보이는 ‘호라이즌룸’에 들어서자 베르나르는 “흥미롭다”고 감탄을 내뱉었다. 옆을 걷던 한 독자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치자 베르나르는 웃었다. 베르나르는 함께 셀카를 찍자고 요청하는 독자들과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었다.
이후 베르나르는 독자들과 카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로 이동했다. 베르나르는 카페에 있는 피아노로 즉석 연주를 시작했다. 능숙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울려 퍼지자 독자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베르나르는 카페에 앉아서 이달 20일 국내 출간한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전 2권·열린책들) 집필 계기에 대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늦은 저녁 독자들과 헤어졌다. 베르나르는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한국 팬들과 함께 여행하는 건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독자와의 소통 덕에 영감이 마구마구 솟아나는 것 같다”고 했다.
피아노로 즉석 연주를 하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원주=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개미’가 한국에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어린 독자도 많았다. 한지수 양(12)은 “부모님 없이 혼자 행사에 참석했다”며 “3년 전 ‘개미’를 읽고 베르나르에게 빠졌는데 작가가 내 곁에 있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박우진 군(11)은 “엄마와 행사에 참가했다”며 “집 책장에 있는 ‘개미’를 쓴 작가를 만나다니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웃었다.
뮤지엄 산에 서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원주=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베르나르는 1일엔 다른 독자 40명과 제주 송악산 둘레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눴다. 홍유진 열린책들 기획이사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인 만큼 새로운 기획에 독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며 “앞으로도 독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베르나르를 만나는 행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원주=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