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의) ‘막가파식’ 발언, 저급한 발언 등을 청취하며 점점 하락하는 민주당의 수준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
“(국민의힘이) 불구대천지원수를 대하는 듯한 저주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여야가 연일 서로를 향한 감정 섞인 ‘막말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진 거야(巨野)의 잇단 입법 독주에 대한 여당의 반발과,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어가는 ‘전임 정부 탓’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폭언 수위가 연일 고조되는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까지 각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자극적인 수위 높은 발언들을 남발하고 있어 여야 협치가 난망하다는 지적이다.
● 막말 주고받으며 감정싸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울산시티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선출직 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의힘의 비전과 향후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3.7.1 뉴스1
민주당은 즉각 ‘막말’이라고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하는 게 당 대표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사과하지 않고 뭉개면 그에 적절한 당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가) 할 말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후쿠시마 선동 행위, 괴담 정치에 대해 먼저 사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대선 이후 여야가 양극단의 정치를 이어오다 보니 논란성 발언이 나오더라도 이를 수습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독한 말로 대응하면서 ‘막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끈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이에 김 대표가 다시 “(‘쿠데타’ 발언 등으로 볼 때) 민주당은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역공하는 식이다. 최근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표현하자 민주당 내에서 “정신병원에나 가라”(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의 거친 반발이 이어졌다.
● 총선 앞두고 지지층 결집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2023.7.1 서울=뉴시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가장 손쉬운 경쟁인 ‘상대방 죽이기’만 이어가고 있다”라며 “양당은 완벽한 정치 기득권 구조 속에 국민들의 정치혐오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자기 이익을 지키고 늘리기 위한 것 외에 국민을 위한 것은 전혀 안중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