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몰리는 일반의원] 의료계 ‘수련체계 바꾸자’ 목소리 “국가가 수련 비용 부담” 주장도
전문의는 일반의와 달리 4, 5년간 수련의(인턴)·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병원에 남아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1, 2년 이상 전임의(펠로)로도 봉직해야 한다. 이처럼 대학병원에 남으려면 의대 졸업 이후에도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일반의는 6년 과정의 의대만 졸업하거나 인턴 1년만 하면 된다.
10년 전만 해도 일반의는 ‘진짜 의사’로 보지 않아 재수를 해서라도 전공의 과정을 밟곤 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일반의로 피부나 미용, 비만 같은 비보험 진료 위주로 개원하면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보다 수입이 낫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보험, 미용 분야가 업무 강도는 낮은 데다 고수익이 보장되면서 의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전문의 중에서도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재취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의가 줄어들면 대형병원에 남아 응급실과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가 부족해진다.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가 된다. 일반의로 개원하면 피부과, 성형외과처럼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보험 진료를 주로 하므로 환자가 지출하는 의료비도 늘어난다. 적정한 규모의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이처럼 의료시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인턴 1년+레지던트 3, 4년’의 수련 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인턴 과정을 삭제하고, 그 대신 모든 의대 졸업생이 2년제 ‘임상전문의’ 과정을 거치며 수련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상전문의’들도 2년간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거치기 때문에 현행 일반의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은 채로 일선 의료현장에 나올 수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여기에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세부 전공 전문의가 되기 위해선 2년 동안 추가 수련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부 과목 전문의가 되는 데 드는 기간도 기존 5년에서 4년으로 줄어든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임상전문의 제도는 현재 의사 수 부족도 해결할 수 있고, 병원과 전공의 양측 모두 찬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임상전문의 양성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에 더해 전공의 수련 과정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병원들이 인턴, 레지던트의 인건비를 전액 자부담하다 보니 이들을 ‘교육 대상’이 아닌 ‘노동력’으로 보고 수련, 교육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가가 인건비를 지원하면 전공의들이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핵심 능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게 대전협의 주장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