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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암투병으로 군대 못 가”…입대 9년 연기한 음악가

입력 | 2023-07-03 10:35:00


동아일보 DB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9년간 입대를 미뤄온 20대 남성이 자신의 모친이 암으로 투병한다는 이유를 들어 현역병 입영 처분 취소를 냈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A 씨가 현역병으로 입대하더라도 다른 형제의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 1-3부(부장판사 고승일)는 A 씨(29)가 인천병무지청장을 상대로 낸 현역병 입영 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 가족으로는 6개월 넘게 질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머니와 이부형제가 있다”며 “원고의 재산은 병역 감면 기준에 충족하지만, 월수입은 기준을 넘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씨는 현역병 대상자 처분을 받은 이후 9년 동안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가 더는 불가능하게 되자 생계유지 곤란을 이유로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며 “그동안 음악가로 상당한 수입을 얻어 어머니 생계를 대비할 기회가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이부형제 B 씨도 친아들이어서 민법상 부양 의무자”라며 “그의 월 수입을 고려하면 부양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2013년 병역 검사에서 신체등급 2급으로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는 대학교 재학을 이유로 4년 동안 입대를 연기했고, 2018년 다시 병역 검사를 받아 똑같은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또 대학교 편입과 자격시험 응시 등을 이유로 3년 넘게 입대를 미뤘다.

그러다 A 씨는 지난해 4월 “병역법에 규정된 생계유지 불가 사유에 해당한다”며 인천병무지청에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 병역법 제62조에 따르면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자신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경우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될 수 있다. 전시근로역의 경우 평시에는 병역 의무가 없고 전시 상황에서만 군사 업무를 지원하기 때문에 현역병으로 입대하지 않는다.

인천병무지청은 A 씨 신청을 기각했고 약 한 달 뒤에 현역병으로 입대하라고 통지했다. 그러자 A 씨는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 과정에서 “어머니가 암 수술을 받아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며 A 씨가 아니면 어머니의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친의 암 수술 후 자신이 계속 부양해 왔다”며 “아버지가 다른 형제 한 명이 있지만 1년 넘게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고 부양 의사나 능력도 없다”고 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