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제천여자중학교에 장학금 5000만 원을 기탁하며 김유수 씨가 남긴 메모. 제천여중 제공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경, 충북 제천시 제천여자중학교 교장실에 깔끔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들어섰다. 사전 연락도 없이 학교를 찾은 그는 김동영 교장에게 대뜸 장학금 기탁 의사를 밝혔다.
노인은 “평소 제천여중을 등하교 하는 학생들을 보며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 감동했다”며 “가정 환경이 어렵더라도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의 힘이라도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학교발전기금 계좌를 알려줬다. 노인은 5000만 원을 입금하며 “액수가 적어서 부끄럽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김 교장이 김 씨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김 씨는 입을 다문 채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고만 했다.
김 교장은 “좋은 일은 많은 사람이 보고 배워야 한다.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점을 세상에 알렸으면 한다”며 김 씨를 설득했고, 결국 이름 공개와 장학기금 창설을 허락받았다.
제천여중은 김 씨가 기탁한 돈으로 ‘김유수 장학기금’을 창설해 향후 10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김 씨는 추가 기탁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김 교장은 3일 “이 학교 부임 이후 장학금 기탁은 지난해 말 700만 원에 이어 두 번째”라며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분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