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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모르고 키울 여건 안돼”…전국 곳곳서 ‘유령아동’ 신고 잇따라

입력 | 2023-07-03 17:39:00

경남 거제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생후 5일 된 영아를 야산에 유기한 사실혼 관계의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30일 오전 영아 시신을 찾기 위해 경찰이 거제의 한 야산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3.6.30 경남경찰청 제공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아동’에 대한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복건복지부가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3일 전국 곳곳에서 출생신고 미등록 아동 수사 의뢰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는 이날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만 20세던 2015년 아이를 출산한 뒤 타인에게 아이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출산 당시 아이의 친부가 누군지도 모르는 데다 나이도 어려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껴 아이를 타인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여건상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에게 아이를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연천에서도 출생 미신고 아동 1명에 대한 수사 의뢰가 접수됐다. 연천에 주소지를 둔 B씨는 2016년 출생한 남아를 서울의 한 교회 앞에 두고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범죄 혐의점이 있으면 공식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영아 2명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한 친모 A씨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이를 출산해 살해한 뒤, 이를 검은봉지에 담아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소재 자신의 거주지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3.6.30/뉴스1

안성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거주하던 태국 국적 여성 C씨 아이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지난달 26일 안성시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전날 사건을 종결했다. C씨가 아이와 함께 2015년 7월 태국으로 넘어간 사실과 아이가 안전하게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도 8건의 유령아동에 대한 수사 의뢰가 들어왔다. 이 중 7건은 서울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건에 대해서도 아이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을 때 대신 맡길 수 있는 시설이다.

경남에선 현재 9건의 경찰 수사 의뢰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118명 중 20명(16.9%)의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으며, 이 가운데 소재 확인이 안 된 9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9건 중 4건은 부모가 출생신고 전 아동을 입양 보냈다고 주장하고, 3건은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1건은 현재 부모가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 나머지 1건은 거제 영아 암매장 사건으로, 사실혼 부부는 지난해 9월5일 거제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영아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뉴스1

대구경찰청도 이날 지자체로부터 영유아 4명에 대한 수사 의뢰가 접수돼 수사에 나섰다. 다만 아직 사건 초기인 데다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답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수사 의뢰가 들어와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부모를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생 이후 행정기관에 신고 되지 않은 유령아동에 대한 유기 및 살인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복지부는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수조사 대상 영유아는 2015~2022년 의료기관에서 출생해 임시 신생아 번호를 부여받고도 부모 등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다. 조사는 이달 7일까지 진행된다.

각 읍면동에서 부모 등과 대면조사를 한 뒤에도 아동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사건을 받은 경찰은 각 사례에서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면 공식 수사로 전환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수사 의뢰가 오면 경찰에선 범죄 혐의점을 조사한다”며 “아직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종합=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