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알제리계 소년 피격 반발시위에 “추모한다면 함께 거리 걷자” 제안 극우정당 “시위대에 더 강경 대처” 극좌는 “해당 경찰 당장 문책하라”
긴급대책회의 연 마크롱… 루이뷔통 매장엔 철제 펜스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7세 소년이 경찰 총격으로 숨진 것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6일째 프랑스 전역에서 이어진 가운데 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위쪽 사진 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내무부에서 각료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파리 샹젤리제 거리 루이뷔통 매장 출입문과 대형 유리창에 약탈 방지용 철제 펜스가 설치되고 있다. 이날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자동차 1400여 대와 건물 230여 채가 불탔다. 파리=AP 신화 뉴시스
“나엘을 폭력 행위의 구실로 삼지 마세요. 당장 폭력을 멈추십시오.”
경찰 총격에 숨진 17세 알제리계 프랑스 소년 나엘의 유족이 시위대에 ‘즉각 폭력 중단’을 호소했다. 유족은 경찰 등에 대한 일방적 공격으로 치닫는 현 시위의 양상이 오히려 나엘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 시위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자마자 또다시 정치적 수렁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정됐던 독일 국빈방문까지 취소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극우와 극좌로 나뉜 정치 지형 또한 그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다. 일부 극우 세력은 나엘을 숨지게 한 경찰관에 대한 모금운동에 돌입해 86만 유로(약 12억 원) 이상을 모았다. 반면 극좌 세력은 해당 경찰관을 당장 문책하라고 맞섰다.
● 유족 “폭력 시위 대신 추모하며 걷자”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유족 또한 영국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증오나 폭동을 부추긴 적이 없다. 이 모든 것은 나엘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시위대를 비판했다. 계속되는 시위와 사회 혼란으로 유족이 나엘을 추모할 시간을 단 5분도 갖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진정으로 나엘을 추모하는 시민이라면 폭력 행위에 가담하는 대신 “함께 나엘을 추모하며 거리를 걷자”고 제안했다.
다만 이 유족은 경찰의 과도한 총기 사용은 분명 제한해야 한다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2017년 형법이 경찰의 총기 사용을 더 폭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뒤 나엘 같은 비(非)백인 청년이 경찰의 교통단속 중 사망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나엘의 이웃 아나이스 씨는 BBC에 “교외에 사는 젊은 흑인은 매일 인종차별을 당하거나 공권력으로부터 폭력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한 비백인이 나엘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 극우-극좌 양쪽서 공격받는 마크롱
시위 격화로 마크롱 대통령은 위기에 처했다. 올해 초 정년 연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금개혁을 강행한 뒤 거센 반발에 부닥친 데다 이번 시위까지 겹친 탓이다. 올 초부터 이어진 연금개혁 시위는 지난달 가까스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기념일인 이달 14일까지 추가 개혁을 예고했던 그는 예상치 못한 난제에 부딪쳤다.
중도 성향인 마크롱 정권이 시위대에 더 강경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하는 강경 우파, 공권력 약화를 외치는 강경 좌파 사이에 끼어 있는 현실 또한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극우 에리크 제무르 후보를 지지했던 전직 극우 정치인 장 메시아는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서 나엘을 쏜 경찰관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3일 현재 86만 유로 이상을 모금했다. 메시아는 “해당 경찰관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인데 비판받고 있다”고 두둔했다.
반면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NFI)’ 대표는 과도한 폭력을 사용한 해당 경찰을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지금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극화로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맞섰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나엘이 경찰관들을 향해 차를 돌진하는 바람에 총을 쐈다는 경찰 측 주장을 반박하는 현장 목격 영상이 나돌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