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1층 현관 옆에 쌓아둔 이삿짐에서 휴지 등을 가져가는 할머니들이 찍힌 폐쇄회로(CC)TV 장면. 보배드림
이삿짐을 잠시 바깥에 내놨다가 근처를 지나던 할머니 2명에게 태블릿PC 등을 도둑맞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이사 도중 이삿짐 일부를 도난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 씨는 “짐을 1톤 트럭에 한 번에 싣지 못해 여러 번 옮기던 중 이삿짐센터 직원으로부터 ‘어떤 할머니가 (새로 이사 갈 집 앞에 미리 옮겨 놓은) 이삿짐을 건드리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그렇게 가져가면 안 된다’고 소리치는 다른 남성의 목소리도 들렸다고 한다.
A 씨는 우선 직원에게 할머니의 행동을 막아달라고 부탁한 뒤 급히 이사 갈 집으로 향했다. A 씨가 도착해 1층 현관 옆에 쌓아두었던 짐을 확인하니 전부 풀어헤쳐져 있었다. 일차적으로 훑으니 휴지나 종이컵 등 일회용품이 사라진 상태였다.
A 씨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려 했는데, 이사를 다 끝내고 짐 정리를 하던 도중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드라이기, 멀티탭 등 전기용품 전선들이 모두 잘려져 있는 것이다. 태블릿PC와 일부 캠핑용품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선이 모두 잘린 전기용품. 보배드림
A 씨에 따르면 당시 이웃 주민과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이 모습을 들킨 할머니는 “(이삿짐인 줄) 몰랐다”며 유모차에 실려있던 침낭, 이불, 옷가지를 내려놓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미리 챙긴 태블릿PC와 캠핑용품 등은 그대로 가져갔다고 한다.
이어 “쓰레기인 줄 알았다는 말은 발뺌이고, 이삿짐과 쓰레기장을 혼동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분 중에 (이삿짐을 쓰레기인 줄 알고) 건드리는 분은 한 분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일 경찰에 신고해 담당 형사 배정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A 씨는 “너무 열받는다”면서도 “애초에 비방하려고 글을 올렸다기보다는 저처럼 도난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 이런 일을 아셨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며 누리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