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트위터’가 하루에 볼 수 있는 트윗 개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해 이용자들이 대거 반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인수 이후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던 트위터에 다시 한 번 풍파가 일어나는 분위기다.
지난 1일(현지 시간)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개인 트윗을 통해 트위터에서 하루에 볼 수 있는 트윗 개수를 일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당초 밝힌 상한선은 유료 회원을 포함한 인증 계정은 6000개, 일반 계정은 600개, 신규 가입 계정은 300개다. 머스크는 이후 이를 각각 8000, 800, 400으로 늘렸다가 이후 다시 1만 개, 1000개, 500개까지 완화했다.
출처=셔터스톡
제한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머스크는 “극단적인 수준의 데이터 수집(스크래핑)과 시스템 조작 때문”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같은 이유로 전날 로그인하지 않은 이용자가 트윗을 보는 걸 막는 조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성형 AI 붐이 불자, 데이터 스크래핑 사례도 급증하면서 트위터의 트래픽 부담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AI 학습에 트위터 데이터를 무단 이용했다며 날을 세운 바 있다.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으로 증가한 트래픽 비용에 골머리를 앓는 건 트위터뿐만이 아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도 비슷한 이유로 1000회 요청마다 24센트(약 312원)를 부과하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유료화 정책을 이달 5일 발표했다. API는 앱과 앱이 서로 통신할 때 사용하는 규약으로, 타사 앱이나 서비스가 일부 기능이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출처=셔터스톡
트위터는 머스크 인수 이후 API가 봇(자동 트윗) 등을 통한 여론 조작에 악용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미 지난 2월 무료 API 제공을 중단하고 API 유료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한 달에 적게는 100달러(약 13만 원)에서, 많게는 5000달러(약 650만 원)가 부과된다. 기업용 상품은 월 4만 2000달러(약 5462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트위터가 API를 통한 데이터 수집을 제한한 게, 웹을 이용한 데이터 스크래핑의 급증을 불렀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마찬가지로 API를 유료화한 레딧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데이터 스크래핑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단순히 핑계에 불과하고, 트위터를 유료화하려는 게 속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무료 회원들의 트위터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유료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 구독을 유도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레딧의 API 유료화도 데이터 수집 문제는 핑계고,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다.
실제 트위터는 이번 사태를 빌미로 기존에 무료로 제공되던 트위터 클라이언트 앱인 트윗덱도 유료화했다. 트윗덱에는 보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트윗덱을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30일 내 유료 회원 전용으로 전환된다고 밝힌 것이다.
트위터의 이번 제한 정책이 구글 클라우드 결제 거부 사태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지난달 중순 트위터가 10억 달러(약 1조 3005억 원)에 달하는 구글 클라우드 호스팅 비용 지불을 거절한 사실이 미국 IT 매체 플랫포머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트위터가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호스팅하는 건 스팸 퇴치, 아동 성적 학대 방지, 계정 보호 등 일부 서비스 관련 인프라인데다, 월말 린다 야카리노 신임 트위터 CEO 주도로 비용 지불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와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
메타의 트위터 대항마로 꼽히는 '스레드'. 출처=애플 앱스토어 캡처
이처럼 트위터가 혼란을 겪는 사이 트위터 대안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폭발하고 있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가 탈중앙화 소셜 미디어를 표방하며 만든 ‘블루스카이’는 트위터의 제한 조치 이후인 지난 1일 역대 최고 수준의 접속량을 기록해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