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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을 시작하는 나이가 갈수록 어려져 요즘은 영유아들의 사교육 열풍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가 초1 자녀를 둔 전국의 학부모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8%가 “초등학교 입학 직전 1년간 사교육을 시켰다”고 답했고, 49.2%는 “1년간 3가지 이상의 사교육을 시켰다”고 했다. 취학 전 사교육이 필수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기 사교육은 예체능 과목만 시키는 것이 아니다. 국어 영어 수학도 빠른 집은 기저귀 떼기 전에 시작한다. 0∼4세에 국영수 사교육을 시작했다는 비율이 과목별로 13∼16%였고, 취학 직전 해가 되면 참여율은 61∼74%로 올라갔다. 한글이나 숫자는 물론이고 요즘은 영어도 기본적인 문장을 모르고 학교에 들어가면 주눅이 들 정도라고 한다. 사교육비 부담도 크다. 유아기 자녀의 연간 사교육비로 300만 원 이상 쓴다는 비율이 26%였다. 영어유치원을 포함해 월 사교육비가 4년제 대학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약 339만 원)을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나게 놀아야 할 시기에 발달 단계를 무시한 인지 중심의 사교육은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지장을 준다고 지적한다. 어려서부터 사교육에 의존하면 초중고교생이 되어도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부모들은 “내 아이만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에 아이를 선행학습으로 내몰고 있다. 맞벌이 부부들은 보육 부담 때문에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