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총선 출마위해 친명 줄서기” 친명 지도부 “선거 도움 안돼” 곤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신의 장관직 사퇴 책임을 돌렸다. 이 전 대표가 2021년 서울시장 등을 뽑는 재·보궐선거 때문에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 전 장관이 친명(친이재명)으로 어필하기 위해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선을 긋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작 친명 지도부는 추 전 대표 발언에 따른 당내 분란에 “총선에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추 전 장관은 3일 밤 KBS 방송에서 과거 장관직 사퇴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운함이 있느냐, 아니면 당시 이낙연 대표한테 서운함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가 2021년 재·보궐선거 때문에 (나한테) 물러나라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됐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문 전 대통령이 내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 전 대표를 저격한 것.
친낙(친이낙연) 측은 즉각 반발했다. 신경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가 (본인 경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저렇게 얘기하는 건 당의 미래를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친낙계인 한 의원도 “본인이 얼마나 장관직 수행을 못 했으면 문 전 대통령이 해임하려 했겠느냐”며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을 키워주고 대선을 망친 장본인이 사과는 못할망정 당내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친명 지도부도 곤란해하는 분위기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최근 지도부 내부적으로 공유한 당 전략동향보고서에도 ‘당 소속 인사의 과격한 발언을 줄여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총선에서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추 전 장관, 송영길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 총선을 위해 모두가 뛰고 있는데 정작 당 원로들이 안 도와주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은경 혁신위’도 당 고문 등 원로들과의 간담회를 추진 중인데 추 전 장관이 또 어떤 발언을 할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