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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종차별-편향성 문제,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입력 | 2023-07-05 03:00:00

‘파워 온’ 펴낸 재미작가 류진선




그래픽노블 ‘파워 온’에 나오는 백인 존, 히스패닉계 안토니오, 한국계 크리스틴, 아프리카계 테일러(아래쪽 사진 왼쪽부터). 다양한 인종의 미국 고교생들이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한길사 제공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인공지능(AI)의 문제점을 꼬집고 싶었습니다.”

한국계 미국 작가 류진선(43·사진)이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4일 열린 그래픽노블 ‘파워 온’(한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I의 부정적 측면을 미래 AI 사용자인 청소년에게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10대들은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허위 조작 정보를 접한다”며 “미국이나 한국 모두 어느 때보다 AI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시각환경을 공부하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UCLA에서 교육 연구원으로 인종 다양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UCLA 동료 연구원인 제인 마골리스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다 함께 신간을 쓰게 됐다.

“최근 미국 청소년들을 상대로 AI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연구한 적이 있어요. 실제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픽노블이라면 아이들도 문제를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썼죠.”

신간은 AI를 공부하는 미국 고등학생 4명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깨닫는 과정을 다뤘다. 고등학생들은 AI가 심사한 미인대회에서 어두운 피부색을 지닌 참가자가 탈락하고, 하얀색 가면을 써야만 AI가 흑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문제를 깨달으며 위험성을 인지한다. 백인 이미지 위주로 AI 학습이 이뤄지면서 생겨난 문제였다. 그는 “과학기술을 이용한 얼굴 인식 시스템에서 흑인이나 아시아인의 얼굴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니 차별과 불평등한 요소가 있어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출신 어머니와 엘살바도르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크리스틴이 인종 문제에 분노하는 책 속 장면에서는 작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나의 개인적 경험과 생각이 녹아들었다”며 “AI 개발을 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다양한 인종이 일하지 않는다면 AI에 담긴 인종차별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AI를 설계하는 컴퓨터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도 당부했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컴퓨터 과학자가 만들어 낸 기술에 윤리적 문제가 있어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나쁜 기술에 이용당하지 않고, 제대로 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