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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 먹잇감 된 기업…진실 밝혀져도 사회적 신뢰 저하 ‘신음’

입력 | 2023-07-05 11:54:00


ⓒ News1

사실관계 확인 없이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악성 댓글에 국내 기업들이 겪는 고충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적 신뢰가 중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악성 허위 정보 또는 미확인 정보가 담긴 악성 댓글로 인해 치명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2월 네티즌 A씨를 고소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A씨가 지속적으로 악플을 작성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회원 수 약 200만명을 보유한 인터넷 카페에 최 회장을 비방하는 글 70여건을 작성했다. A씨는 최 회장의 고소 이후 ‘온라인에 가짜뉴스를 재생산하고 퍼뜨려 온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문을 올렸고, 이에 최 회장 측은 고소를 취하했다.

악성 허위 댓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B기업은 2016년 현대자동차가 자신들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기술 탈취가 없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고, 사법부는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서 모두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기술 탈취 등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소송 기간에 ‘협력업체는 안중에 없느냐’ 등 대기업을 향한 근거 없는 비방성 댓글에 시달렸다. 기술 탈취 의혹은 벗었지만, 악성 댓글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작성자 중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서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기업뿐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일상에서도 허위 악성 댓글이 판을 치고 있다. 이를 악용해 돈벌이에 이용하는 업체도 있다.

음식 배달업 업체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음식 허위 리뷰 건수가 10만건을 넘었다. 소비자가 올린 리뷰가 고객 신뢰에 영향을 끼치면서 허위 리뷰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이에 연간 100만~200만원을 지불하고 홍보대행사의 관리를 받거나, 업주가 경쟁업체에 고의적인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 한 대행사의 조작 리뷰 아르바이트 제안서에 따르면 ‘1000자 미만 5000원, 1000~1499자 7000원, 1500~2199자 9000원, 2200~2599자 1만1000원’ 등 좋은 리뷰를 길게 쓸수록 더 많은 돈을 받는 구조다. 개수 제한도 없고, 조작 의심을 피하고자 IP 우회 프로그램까지 사용했다.

허위 정보를 담은 악성 댓글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등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악성 댓글에 악의적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라면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으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도 가능하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인 댓글 작성자를 일일이 특정하기도 어렵고, 찾아내도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악성 댓글 규제에 찬성한다. 규제 방식으로는 민?형사상 처벌 수위 강화가 꼽힌다. 특히 악성 댓글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발 방지를 위한 경고 효과와 피해자 보상이 모두 가능한 규제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1년 가짜뉴스 및 악플 방지법의 일환으로 고의적 허위 또는 불법 정보 작성자에게 최대 세 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댓글 범죄가 치밀하게 전문화하고 일상화된 상황에서 기존의 처벌 체계로는 제대로 된 예방이 어렵다”며 “악성 댓글의 해악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적절한 구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