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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보도하는 기자에게 우산 씌워준 ‘훈남 아저씨’

입력 | 2023-07-05 12:47:00

채널A 박건영 기자 “덕분에 방송 잘 마칠 수 있었다”



채널A 뉴스 갈무리


“사회부 기자하면서, 이런 시민분은 처음 만났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4일 광화문 광장에서 비를 맞으며 보도하고 있던 채널A 박건영 기자에게 한 시민이 우산을 씌워줘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이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 맞는 기자가 안타까웠던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채널A는 이날 서울·경기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하고 있을 당시에도 시간당 70㎜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박 기자는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보도해 얼굴과 머리 등이 모두 젖어있었다. 그는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우산이 든 남성이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카메라와 잠깐 눈이 마주친 남성은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뒷걸음질하며 박 기자 옆으로 다가왔다. 이후 그는 박 기자가 비에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줬다.

남성을 본 박 기자는 잠시 미소를 짓고선 보도를 이어갔다. 채널A 뉴스 측은 해당 모습을 편집 없이 내보냈다.

해당 장면을 본 누리꾼들은 “딸 같아서 비 맞는 게 안타까웠나. 아저씨 훈훈하시네” “방해될까 봐 옆으로 서 계신 것 센스 넘치신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박 기자는 5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정말 눈을 뜰 수도 없이 비가 많이 왔는데 갑자기 한 시민분이 우산을 씌워주셔서 처음엔 당황했다”며 “하지만 우산을 씌워주신 덕분에 비를 안 맞고 무사히 방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보도 중 예정에 없던 사람이 들어오면 근처에 있는 스태프들이 저지하지만 남성이 좋은 마음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막지 않았다고 박 기자는 설명했다.

방송을 마친 후 박 기자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려 했지만, 해당 남성은 박 기자의 보도가 끝나자 ‘쿨하게’ 자리를 떠났다는 후문.

박 기자는 “너무 빨리 자리를 떠나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사회부 생활을 했지만 비 오는 날 시민분이 우산을 씌워주셨던 적은 처음이다. 정말 감사드리고 덕분에 감기도 안 걸리고 방송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