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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 싶었어요” AI 복원된 순직 조종사…모친과 눈물의 재회

입력 | 2023-07-05 14:17:00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된 고(故) 박인철 소령(왼쪽)을 본 어머니 이준신 씨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국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16년 전 서해 상공에서 KF-16 요격 훈련 중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고(故) 박인철 소령(공사 52기)이 인공지능(AI) 기술로 어머니와 재회했다.

5일 국방홍보원은 국방TV를 통해 AI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한 박 소령의 모습을 공개했다.

박 소령은 1984년 F-4E를 몰고 팀스피릿 훈련에 참여했다가 순직한 고 박명렬 소령(공사 26기)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창공의 꿈을 이루겠다며 공군사관학교를 거쳐 조종사가 됐다. 아버지 묘 앞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한 지 약 50일 만에 사고가 나 27세의 나이로 순직했다.

박 소령이 생전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아버지 고 박명렬 소령의 묘소를 찾은 모습. 공군 제공

남편과 아들을 잃은 이준신 씨는 평생을 그리움 속에 살았다. 이 씨는 최근 AI 기술로 세상을 떠난 가족의 모습을 복원하는 사례를 보고 “나도 우리 인철이를 저렇게라도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AI로 복원된 박 소령이 어머니 이 씨와 만났다. “엄마, 인철이요.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아들에 이 씨는 눈물을 흘리며 “인철아, 보고 싶었어”라고 답했다.

AI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된 박 소령이 어머니 이 씨와 만나고 있다. 국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이 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아버지 만나서 어땠어”라고 물었다. 모니터 속 박 소령은 “아버지와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 많이 했어요. 저는 아버지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박 소령은 “조종사 훈련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엄마도 잘 아시잖아요. 엄마가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원하던 일을 해서 여한이 없어요”라며 이 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행복하고 고마웠어”라며 한평생 가슴에 묻어뒀던 말을 전했다.

박 소령의 공사 시절 ‘삼총사’라고 불렸던 동기 이두원·김상훈 중령이 AI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된 박 소령과 만나고 있다. 국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박 소령의 공사 시절 ‘삼총사’라고 불렸던 동기 김상훈·이두원 중령도 박 소령과 만났다. 20대의 박 소령 앞에 40대 중년이 된 친구들이 섰다. 박 소령은 “같이 야구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참 추억이 많았다” “그때 네가 그만 좀 따라오라고 했잖아”라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다.

국방부가 AI를 활용해 순직 장병의 모습을 복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임무 중 전사하거나 순직한 장병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호국영웅의 숭고한 희생에 예우를 표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