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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벨트’ 처럼…국힘, 내년 총선 겨냥 ‘벨트전략’ 구상하나

입력 | 2023-07-05 14:56:0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6.8/뉴스1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3.8/뉴스1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벨트 전략’을 구상할지 주목된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더불어민주당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던 ‘낙동강 벨트’처럼 ‘벨트전략’를 통해 전체 총선 판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낙동강 벨트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울산·경남(PK) 지역구 40개 중 부산 북·강서갑, 북·강서을, 사상, 사하갑 사하을, 경남 김해갑 김해을, 양산갑 양산을 등 9개 선거구로, 민주당은 이 전략으로 20대 총선에서 PK 지역에서만 9석을 가져갔다.

5일 여권에 따르면 현재 단연 주목받는 건 ‘청년벨트’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동북권(도봉갑·노원병·중랑을·광진갑·강동을)에 50대 이하 젊은 정치인들을 포진시켜 동북 벨트를 형성하는 구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도봉갑에서는 당협위원장인 김재섭 전 최고위원(36)이, 광진갑에서는 김병민 현 최고위원(41), 강동을에서는 이재영 전 의원(48)이 활동을 하고 있다.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중랑을에는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40)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여기에 내년 1월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이준석 전 대표(38)까지 기존 지역구인 노원병로 출마할 경우 ‘3040 동북권 벨트’를 형성,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정면으로 맞붙을 전망이다.

김재섭 위원장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동북부가 약간 열세인데 벨트를 만들어서 민주당에 있는 운동권 세력, 586세력과의 구도가 설정됐다”며 “이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호남을 중심으로 벨트를 형성할지도 관심이다. 최근 여당 내 유일한 호남 재선 의원인 이용호 의원이 지역구를 떠나기로 한 데다, 4·5 전북 전주을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득표율 8%에 그치는 등 당의 서진 정책이 취약해진 상황이다.

이에 최근 지도부에 입성한 광주 출신 김가람 청년최고위원과 이준석계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호남 출신 첫 보수당 3선 의원 출신인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이 호남 벨트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광주·전남·전북 지역당협위원장들이 야당의 텃밭인 이들 지역에서 선거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호남을 최소한 전북, 광주, 전남 동부, 전남 서부로 구분해서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며 “전남 동부권의 경우 이정현 전 대표도 있고 최근 예산 지원도 통크게 약속한 것이 있어 해볼만 한다. 반면 광주와 전남 서부권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벨트 전략과 함께 인재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김기현 대표는 물밑에서 기업인·소상공인·장애인 등 각계각층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으며, 당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총선 공천과 관련해 ‘비윤’(비윤석열)계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나경원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 모든 보수인사들이 뭉쳐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충분히 얘기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며 “이기는 공천을 할 것 아니겠나. 저희 당 모든 것이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외부수혈도 적극적이다. 당은 당초 윤석열 정부 첫 개각 인사에 포함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내정자나 김수경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내정자도 당 영입인사로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문화 출신 인사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필리핀 출신으로 귀화한 이자스민 전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영입돼, 최초의 다문화 국회의원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운동권 출신 인사를 영입해 수도권 접전지에 내보내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를 주도했던 86 운동권 그룹의 핵심 인사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최대 공부 모임 ‘국민공감’에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민경우 수학연구소장은 지난 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각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민주당의 전략에 대해 강연을 한 바 있다.

낙동강벨트처럼 선거에서 같은 벨트로 묶일 경우 후보들 간에 유대가 단단해지고 상대 진영에 함께 맞설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인접 지역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총선 때 김진표 현 국회의장이 경기 수원무에 출마해 수원 갑·을·병·정·무 5개 지역을 민주당이 싹쓸이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지도부가 실력있는 사람, 유능한 사람이 공천되도록 ‘시스템 공천’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인위적인 벨트 전략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의장 사례를 들며 “신망 있는, 경쟁력 있는 사람을 벨트로 묶을 수 있을 만한 지역에 꽂으면 그 옆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벨트 전략이 즉각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기보다는 당에서 일종의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이 (김남국 코인 사태 등으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면서 국민의힘에 기회가 생긴 만큼 ‘청년벨트’ 역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