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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돌 신화’ 피프티 피프티…“신뢰관계 파탄” vs “그룹 강탈 시도”

입력 | 2023-07-05 19:17:00

"용역업체·프로듀서가 멤버 강탈 시도" 주장
멤버들 가처분…"비정상적 거래구조 의심돼"
소속사 측 "계약 문제 없어…정산의무 이행"




중소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측이 ‘소속사의 비정상적 거래구조, 정산자료 미제공 등으로 이미 신뢰관계가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측은 ‘거래 구조에 문제가 없고 정산자료도 늦기는 했지만 멤버들이 지정한 기한 내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박범석)는 피프티 피프티 네 멤버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멤버들과 소속사 관계자 등 사건 본인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키나(20·메인래퍼)·새나(19·리더 겸 메인댄서)·시오(18·메인보컬)·아란(18·리드보컬) 등 네 멤버로 구성된 피프티 피프티는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통한다. 지난해 11월 데뷔 이후 약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진입해 현재까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멤버들은 ‘어트랙트 측이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관계를 파탄 냈다’며 지난달 19일 이번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런데 어트랙트는 최근 피프티 피프티 강탈 시도가 있었다며 그 배후로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를 지목했다. 더기버스는 피프티 피프티 음악 프로듀싱 용역 등 프로젝트 관리를 수행해 온 업체다. 안 대표는 피프티 피프티의 음악 프로듀서를 맡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멤버들 측은 ▲정산자료 제공의무 위반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활동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 지원 능력의 부족 등 3가지를 신뢰관계 파탄의 구체적 이유로 들었다.

특히 정산자료 제공의무 위반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어트랙트가 음원유통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어야 하는데 전홍준 대표의 개인회사로 추정되는 A사가 중간에 개입됐고, 이렇게 A사로 흘러간 선급금 90억원이 멤버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멤버들 측 대리인은 “음원 유통사에서 선급금을 지급한 지난해 12월 이래로 음반·음원수익이 정산자료에는 0원으로 기재돼 사실상 누락됐다”며 “멤버들은 이런 거래 구조에 동의한 적 없고, 전 대표가 이를 통해 배임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형사고소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어트랙트 측 대리인은 “거래구조에 대해 중대한 오해가 있거나 의도적인 왜곡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멤버들이 당초 A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었고, 이는 어트랙트와 A사간 영업양도 계약에 기반해 진행된 것이므로 거래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어트랙트 측은 “양측이 동의한 거래구조에 대해 대표의 배임까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며 “수익의 누락은 시간적 차이와 더기버스 측 담당자의 실수 때문이었고, 해당 부분을 바로잡아서 멤버들이 요구하는 기한 내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멤버들 측은 “영업양도 계약의 존재를 오늘 처음 듣는다”며 “만약 그런 계약이 있었다면 남은 선급금이 얼마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하는데 아직도 선급금 관련 권한은 A사 측에 있고, 멤버들에게 아무런 고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산내역 제공이 지연된 이유와 A사 사이에서 이뤄진 음원수익 등의 정산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라고 어트랙트 측에 주문했다.

심문기일이 끝나기 전 양측은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었는데, 어트랙트 측이 “멤버들 개개인보다는 배후세력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멤버들 측에서 “사건과 관련 없다, 연예인의 정당한 권리행사인데 본질을 흐린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까지 양측으로부터 모든 자료를 제출받은 뒤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심문기일이 끝난 후 멤버들 측 대리인은 “멤버들이 아직 어린 나이인데 과도한 억측과 비난을 받고 있다”며 “‘돈을 왜 안 주냐’는 게 아니라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하라’는 것”이라고 이번 가처분 신청의 취지를 강조했다.

어트랙트 측 대리인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노모의 재산까지 털어가며 성장시킨 그룹을 강탈 당한다면 어떤 중소기획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아티스트들을 길러내겠느냐”고 했다.

한편 어트랙트는 ‘멤버 강탈 시도’ 외에도 더기버스가 저작권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인수인계 과정에서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삭제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기버스는 어트랙트의 주장은 허위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안 대표 외 3명을 업무방해와 전자기록등손괴, 사기 및 업무상배임 행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