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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로스쿨로 몰려드는 청년들… ‘인재 블랙홀’ 안 된다

입력 | 2023-07-05 23:57:00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가 1만736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는 18.7%, 10년 전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로스쿨이 의대에 이어 우수한 젊은 인재를 빨아들이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 된 것이다.

단순히 지원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대학가에서는 인문계뿐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까지 대거 로스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젊은 층 가운데서도 로스쿨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로스쿨이 갖고 있는 상대적인 안정성과 고수익 이미지에 끌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공계 안에서의 의대 쏠림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청년들이 의사나 변호사처럼 안정적인 고수익이 보장되는 직업에만 쏠려서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국가경쟁력을 떠받치는 분야는 심각한 인재 가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이들 분야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며 글로벌 규모의 무한 인재쟁탈전을 벌이는 중이다.

로스쿨로의 인재 쏠림은 국가의 미래는 물론이고 청년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로스쿨의 경우 입학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응시자는 매년 늘면서 지난해에는 응시자 가운데 17%만 합격했다. 입학에 실패한 83%의 청년들이 로스쿨 준비에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 로스쿨 입학에 성공한 학생들도 3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뒤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해야 법조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 그런데 변시 합격률은 50% 남짓에 불과하고, 로스쿨 졸업 뒤 5차례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필사적으로 변시에만 매달리는 ‘변시 낭인’까지 생기고 있다.

2007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너무 많은 청년들이 사법시험에 인생을 걸다시피 하면서 ‘사시 낭인’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시 광풍과 사시 낭인이 사라진 자리를 로스쿨 열풍과 변시 낭인이 대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자원인 인재를 이런 식으로 허비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자칫하다가는 한국의 미래가 캄캄한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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