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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산 유년 기억이 내 작품의 원천”

입력 | 2023-07-06 03:00:00

‘7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차기율展
순환의 여행… 도시 시굴…
회화-설치-영상 등 200여 점 전시
인간의 유한함-소시민의 일상 추적



차기율 작가의 설치 작품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2023년). 생명을 품어내는 갯벌의 수많은 구멍 이미지를 변주해 생명과 변화, 순환의 의미를 표현했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살았던 유년 기억이 작품의 원천입니다. 힘든 시기를 거쳐 받은 박수근미술상은 제겐 영광이자 도약할 수 있는 힘입니다. 저처럼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분들께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제7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62·사진)의 말이다. 그의 개인전이 13일부터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내 5개 전시관 중 현대미술관과 박수근파빌리온에서 열린다. 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설치, 기록물, 영상 등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현대미술관에서는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를 주제로 회화와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대표작인 설치 작품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2023년)가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운다. 인간이 가진 유한함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행자로서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강가의 돌이나 나무줄기처럼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활용한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작가에게 돌멩이는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깎이고 굴리고 다듬어지며 견뎌낸 긴 여정을 의미한다.

두 번째 주제는 파빌리온에서 전시되는 ‘도시 시굴-삶의 고고학’이다. 작가가 이어온 발굴 작업의 일환으로, 지표면을 발굴해 소시민들의 기억과 일상을 추적한다. 기왓장을 천장까지 이은 설치 작품, 사람이 살던 터, 땅속에 묻힌 동물 뼈와 과자봉지 등 시간 속에 있던 오브제를 통해 삶에 대해 질문한다.

복층으로 이어진 파빌리온의 3개 전시실에서는 설치 작품과 함께 발굴 일지, 발굴 기록을 디오라마(축소 모형)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발굴을 시작하며 기록한 흔적 등을 통해 치열한 작가 정신을 보여준다.

제7회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인범 아이비리인스티튜트 대표)는 차 작가에 대해 “미술계의 시류와 무관하게 동양 전통 철학에 기반한 주체와 타자론, 범신론, 샤머니즘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고 다양한 매체 형식으로 작업해 왔다”고 밝혔다.

차 작가는 경기 화성의 갯벌을 끼고 있는 농촌에서 태어나 인천대 미술학과와 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단성갤러리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토탈미술관, 갤러리 쿤스트독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2년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박수근미술상은 2016년 시작됐다. 1회 수상작가 황재형을 필두로 김진열, 이재삼, 박미화, 임동식, 김주영 작가가 상을 받았다. 전시 개막식은 13일 박수근미술관 어린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날 제8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도 함께 개최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3000∼6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