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4년전 “부모 법적 책임 안물어” 경찰-소방 등에 아기 익명 양도 허용, 佛-獨선 공공기관이 출생정보 관리 “영아유기 대책 출생통보제 시행땐 신고 꺼려 ‘병원 밖 출산’ 증가 우려 신분 비공개 ‘보호출산제’ 논의를”
● 미국 ‘안전한 피난처법’ 영아 4414명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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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인 셈인데, 비영리단체 국가안전한피난처연맹(NSHA)에 따르면 법 도입 이후 올 6월까지 총 4414명의 영아가 구조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에서 ‘안전한 피난처’로 양도된 아이는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 부서에 보내져 입양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2008∼2017년 인구 10만 명당 영아 살해 비율은 7.2명이었다. 이는 법 시행 전인 1989∼1998년 8.3명에 비해 13% 줄어든 수치다. 특히 출생 후 24시간 이내 영아 살해 비율은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222명에서 74명으로 3분의 1이 됐다.
● “보호출산제 논의 시작해야”
이 때문에 미국처럼 공공 베이비박스 등을 통해 익명으로 아이를 낳고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독일 프랑스 등에선 친부모가 병원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이나 가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양도할 수 있다. 출산 전부터 입양 절차 등도 안내해 준다.
반면 헤더 버너 국가안전한피난처연맹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법이 시행되면 아이를 쉽게 유기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제도 시행 후 아이를 양도한 여성들은 대부분 성폭행 등 범죄 피해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부모였다”고 했다.
익명 출산과 양도가 현실화될 경우 아이의 ‘부모를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안전한 피난처에 놓인 아이는 부모 정보를 알 길이 없고, 부모도 아이를 되찾을 수 없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독일과 프랑스에선 공공기관이 친모 신상정보를 관리하면서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부모가 이를 원치 않을 경우 법원을 통해 신상정보 열람을 막을 수도 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