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킬러 규제 TF 발족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화학물질 관리 책임·의무를 대폭 강화한 규제다. 문제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점이다. 화학물질의 특성과 유해성 등에 대해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하면 건마다 최소 수천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화평법상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인 ‘100kg 이상 제조·수입할 경우’는 1t 이상만 관리하는 유럽연합(EU)보다 훨씬 엄격하다. 연구개발물질 하나를 수입할 때도 화평법, 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모두 따져야 하는 중복 규제 문제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의 투자를 막는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주문한 뒤 산업계에서는 5일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규제로 화평법, 화관법, 대형마트 의무휴업법 등을 꼽고 있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도 재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과도한 규제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처법은 시행 1년 반이 지나도록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 사이에선 ‘규정은 모호하고, 예방보다는 처벌 위주의 규제’라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2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안전담당 부서를 설치한 비율이 대기업은 87.9%였지만 50인 미만 기업은 35.0%에 그쳤다.
기업인들은 이런 명시적 규제 외에도 공장 신증설 등 모호한 법 규정이 발목을 잡거나 공무원들이 규제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한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애매하게 설정돼 있거나 부지 용도 변경을 할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그룹은 ‘단일 업종’만 허용한 국가산업단지 관련 규제 탓에 제철소가 있는 광양국가산단 내 이차전지 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미뤄왔다. 4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을 방문해 규제를 풀면서 4조4000억 원을 신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