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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지문으로 폰 잠금 해제 후 금품 갈취

입력 | 2023-07-06 10:06:00

서울 서초구 일대 유흥가에서 피의자 A씨(왼쪽)이 만취객을 부축하는 척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고 있다(강남경찰서 제공)


만취한 취객을 부축해주는 척하며 스마트폰에 강제로 지문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11회에 걸쳐 돈을 빼앗아 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 허위 사실로 협박, 추가로 돈을 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도·절도·공갈·컴퓨터사용사기 등의 혐의로 장모(32·남)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강남·서초·송파구 소재 유흥가 일대에서 취객을 상대로 11회에 걸쳐 5500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만취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취객을 부축해 폐쇄회로(CC) TV 사각지대로 이동한 후, 취객의 지문으로 스마트폰 잠금장치를 풀어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식이다. 피해자 계좌에 잔액이 부족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신의 계좌로 대출금을 이체하기도 했다. 대출금만 2250만원에 달했다.

특히 범행 과정에서 자신이 오히려 피해를 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왜 때리느냐”고 말하며 녹음하는가 하면, 약국에서 약을 사 오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4월엔 범행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찾아가 “당신이 임신한 나의 아내를 쳐서 넘어뜨렸다”며 300만원을 추가 갈취했다. 이후엔 “당신 때문에 아내가 유산을 했다”며 1300만원을 뜯어내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2시 10분쯤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취한 남성 A씨를 폭행 후, 강제로 A씨의 손가락을 스마트폰에 대 잠금을 해제했다. 이어 A씨의 모바일뱅킹을 실행, 10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그간 경찰은 다수의 유사 피해 사례를 접수, 범행 모습이 확인되는 CCTV 영상 확보에 주력해왔다. 최근 피의자를 A씨로 특정하고, 지난달 30일 오후 7시쯤 강남구 선릉역 인근 노상에서 검거했다. 지난 3일엔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현재 경찰은 장 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선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사기 등 전과 17범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취한 취객 상대로 한 범행이 이어질 가능성을 감안해 야간 순찰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건전한 음주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