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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저임금 1000엔 논의 본격화…인력난에 기업들도 ‘용인’

입력 | 2023-07-06 15:12:00

정부 차원서 인상 독려…중소기업들은 임금인상 여력 부족




일본에서 최저임금(시급)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정부는 역대 첫 전국 평균 1000엔(약 9000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기업들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인상을 용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은 평균 3.58%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1.51%포인트 웃돌았다. 평균 임금인상률이 3%를 넘는 것은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임금 인상액은 정기 승급분과 기본급 인상분을 합쳐 평균 월 1만560엔(약 9만53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556엔 높아졌다. 또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시급 인상액은 평균 52.78엔(약 476.33원)으로 전년 대비 29.35엔 늘었다. 조합원 300인 미만 중소 노동조합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3.23%(8021엔·약 7만2400원)로 전년보다 1.27%포인트(3178엔) 증가했다.

최저임금은 도도부현별로 결정되는 시급 하한액이다. 후생노동상 자문기관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에서 매년 노사 대표자들이 논의해 인상액 기준을 국가에 제시한다. 도도부현의 심의회는 이 기준을 참고로 인상액을 결정하고 10월께 적용된다.

올해 중앙심의회는 6월30일에 시작됐다. 노동조합의 중앙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連合)는 모든 도도부현(都道府?·광역지자체)에서 1000엔 초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달 각의에서 결정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에서 ‘전국 평균 1000엔’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세등등한 노조나 정부에 비해, 일본의 중소기업에선 난처한 입장에 있다. 원자재비의 급등분 만큼을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해 임금 인상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그런데도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일손이 부족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도쿄 시내에 있는 한 인테리어 업체는 휴일이나 심야 인력 확보가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수주를 포기한 적도 있다면서 가격 전가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시급을 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본 정부는 내년 이후에도 더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는 숨이 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중소기업이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상공회의소의 고바야시 겐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물가는 오르고 생계비도 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따라올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은 2020년도를 제외하고 최저임금이 2016년도 이후 전국 평균 3%대 인상이 이어져 왔다. 2022년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961엔(약 8700원)으로,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해 온 것은 일본 정부다. 제2차 아베 정권 이후 ‘경제재정운영의 기본 방침(骨太の方針)’으로 최저임금의 정부 목표를 정함으로써 이후 열리는 중앙심의회의 기준 결정까지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경제조사부장은 “최저임금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임금인상”이라고 지적하며 앞으로도 정부 주도의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요미우리는 “금년 춘투에서도 임금을 올린 중소기업의 70%는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높은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노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