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이스크림 값 오름폭 커져 고추장 16%-즉석식품 6.7% 뛰어 일부 업체는 제품 중량 줄이기 꼼수 정부 압박에 시작된 라면값 인하… CJ푸드빌 등 빵값 인하로 확산
대표적인 여름철 음식인 아이스크림 가격이 지난달에도 1년 전보다 9%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 등 서민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품들에 대해 정부가 가격 인하를 요청하면서 일부 식품 기업이 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물가는 1년 전보다 9.4% 올랐다.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은 올 3월 13.7%를 보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14.3%)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후 두 달 연속 상승세가 꺾였지만 지난달 오름 폭이 다시 커졌다.
올해 초 빙과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여파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등 빙과 업체들은 올해 2월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출고가가 인상돼도 기존 재고가 먼저 소진되는 데 시간이 걸려 통상 3, 4개월 뒤 물가 영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라면으로 시작된 가격 인하 흐름이 다른 제품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CJ푸드빌은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에서 판매 중인 단팥빵, 크림빵 등 15종 제품의 평균 가격을 5.2% 인하한다고 이날 밝혔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원·부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크지만 물가 안정에 동참하고자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 무게를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응에 나섰다. 해태제과는 편의점에 입고되는 고향만두 2종의 중량을 최대 16% 줄이기로 했다. 고향만두는 기존 415g에서 378g으로 8.9%, 고향김치만두는 450g에서 378g으로 16% 줄어든다. 해태제과는 올해 초에도 해당 제품들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정부는 인위적인 물가 개입은 최소화하면서도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는 방지하겠단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특정 품목의 가격을 반드시 내리라고 지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독과점과 관련돼 있거나 담합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늘 예의주시하면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